(2)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것들
이렇게 보면 참 좋은 곳이지만, 그 반대로 한국이 정말 넘사벽으로 좋은 부분도 있다. 사람들의 효율성(행정처리 등), 치안, 그리고 의료보험.
머릿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정말 와보면 그런 것들이 삶의 질에 차지하는 부분이 엄청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드라이버 라이센스를 renewal 하려고 했을 때 우선 행정처리가 온라인으로 안 되는 경우는 너무 당연한 거며, 오프라인으로 가는 예약도 거의 한 달 전에 했어야 하며(자리가 없음), 가장 가까운 DMV는 우버로 30분이 넘게 가야 하고, 막상 갔음에도 행정시스템이 매우 낡아 나의 신분을 조회하려면 그곳에서 manual로 또 다른 기관에 정보를 확인해야 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언제 그럼 다시 와야 하는지를 알려주진 않는다^^… 다시 재차 물어보면 우리가 처리하고 다시 전화 줄게요~ 이 말뿐.. 모든 프로세스에 한국에서의 빠름과 투명성을 기대한다면 정말 부글부글 끓는 상황을 여러 번 맞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화가 났지만 이제는 “그래 한번에 되면 미국이겠어? it’s USA!” 하고 웃어넘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빠른 행정처리와 사람들의 일 잘함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의료보험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처럼 그냥 아무 병원이나 가서 치료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타고… 정말 세상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일단 보험을 선택하여 가입을 해야 하며(비쌈), 보험도 내는 것마다 커버리지가 다르고, 커버도 병원비의 80-90% 정도만 해주며(근데 문제는 병원비가 천문학적 금액이라는 것이다)
보험마다 커버가 되는 약, 병원, 심지어 병명, 백신주사 등이 다 정해져 있다. 근데 내가 어떤 병이 걸릴지 어떻게 예측하고 이를 가입한단 말인가… 그래서 미리 병원에 가기 전에 보험 회사에 연락해서 이 병이 과연 내 보험 내에서 커버가 되는지, in network 병원과 약국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다 확인해야 한다. 물론 거의 전화나 이메일로 확인이 이루어지며(역시 미국!) 이런 admin 적인 곳에 들어가는 비용도 사회 전반적으로 보자면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 말인즉슨 그 비용은 거의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보험회사와 민영화된 의료 시스템의 마진 증가에 기여한다.
미국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하는 이유가 진짜 안 아프려고, 건강하려고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정말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그리고 치안, 정말 우리나라만큼 안전한 나라도 없을 거다. 무인 라면 가게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좌석에 핸드폰을 놓아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도, 새벽 내내 술 먹고 지하철에서 잠들어도 안전하다는 것도, 그리고 이런 나라에 우리나라 국민으로 태어난 것도 참 행운이라는 것을 미국에 와서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왔지만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점점 더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하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기쁘게 여기게 된다. 그리고 모든 선택에 trade-off는 있는 거구나라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