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쁠 것도 없다

AM 6:30- AM 8:30

by Natasha

또 시작이다.

매일 아침 ‘회사 가지 말까‘ 혹은 ‘연차쓸까‘가 직장인의 디폴트값이라지만, 이대로 모든 연락을 끊고 세상에서 지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온몸이 잠긴다. 침대에 누워 남은 연차의 개수를 세고, 고작 하루를 빠지기 위한 이런저런 핑계를 떠올리며 휴대폰 알람을 5분 간격으로 연장하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이야’ 싶어 몸을 일으켰다. 내게는 먹여 살릴 나 자신이 있고, 나이 든 자식이 직장까지 잃는다면 걱정으로 못 주무실 부모님이 있고, 매달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를 감당해 줄 여윳돈은 없으니까.


매일 똑같다.

알람에 눈뜨면 ‘헤이 구글 굿모닝‘. 구글미니의 오늘 날씨와 아침 뉴스를 짧게 들으며 잠에서 깬다. 일어나서 잽싸게 아침 기도를 하고, 우선 이불에서 몸만 빠져나와 호다닥 씻으면 10분. 이불 정리를 하고 화장대로 가서 앉으면 5분. 기초제품 바르고 파운데이션 바르고 헤어크림과 에센스를 듬뿍 바르면 또 10분, 드라이를 하거나 미리 데워둔 헤어롤을 머리에 말거나 하면 10분, ‘아앗 시간이 없어’ 서두르며 화장 아니 분장을 대충 하면 10분, 머리를 풀고 옷을 입으면 5분, 출근 가방 챙기고 나가는 길에 버릴 쓰레기 내놓거나 문 앞 택배 박스 들여놓고 신발 신으면 5분, 왜 내 출근 시간마다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는 건지… 1층까지 내려가는데 최소 5분. 아, 출근하는 아침이 구구절절하다.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1시간 꽉 채우고선 버스 정류장까지 걸음을 재촉한다.


뜻대로 하소서.

2호선은 굿모닝 하지 못하다. 과연 이 발 디딜 틈 없는 칸에서 앉을 수 있을까. 누군가 내리거나 움직이면 모두가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빈틈을 파고든다. 하다못해 좌석 근처라도 가서 끼여 있어야 확률이 있을 텐데, 이렇게 문 앞에 있다가는 30분을 꼼짝없이 서서 가야 한다. ’어어어 밀지 마세요’ 어쩌다 보니 감사하게도 한 바퀴 돌아 돌아 선 자리 앞에 앉은 분이 일어날 채비를 한다. 나와 내 양 옆에 선 사람들, 내 뒤에 껴있는 또 누군가 모두 움찔움찔. 이 자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는데, 앞의 이 분은 다음 역에서도 그다음 역에서도 창 밖을 내다보고 안내 전광판을 힐끗 거지만 엉덩이를 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쭉 함께 가기로 해요.


오직 커피 생각뿐.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내내 빨리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단순한 갈증이 아닌, 생명수와 같은 그것. 그러다 문득 점심에는 돈가스를 먹고 저녁엔 치킨을 먹고 또 그다음 점심에는 햄버거를 먹고 그 저녁에는 떡볶이를 먹고. 그렇게 어제 그제 먹은 것들이 떠오르면서, 너무 몸에 안 좋은 것들만 주구장창 밀어 넣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침에 케일과 샐러리, 파인애플 그리고 사과를 먹고 싶고, 저녁엔 저지방우유에 블루베리, 바나나, 서리태와 흑임자 가루를 갈아 마시고 싶은데 말이다. 그 30분 동안 조금 더 눕고 싶어서, 더 빨리 눕고 싶어서 난 그냥 이렇게 나를 망치고 있구나 싶었다. ‘아, 빨리 앱으로 커피 주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