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이직, 나쁠 것도 없는데

AM 11:30 - PM 1:00

by Natasha

회의에서 얻은 두 가지 깨달음.

업무를 함에 있어 그 일의 오너십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맡겨놓고선 본인이 최종 점검한다며 뜯어고치거나 그냥 본인이 해버리는 것은 내용의 완성도를 떠나 그렇게 일을 지시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악의의 여부보다는 자신이 그렇다는 것조차 자각을 못하는 사람은 혼자서만 일해보았거나 혼자만 일을 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또 다른 하나는 조직의 구조가 탄탄하고 대기업일수록 채용보다 있는 멤버의 유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실력을 쌓고 키운 조직을 잘 이해하는 직원이라는 점에서 회사는 그를 단계별로 붙잡는데, 조직이 작고 체계가 없고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말로는 내부 인재 결속을 외치지만 그냥 빨리 내보내고 또 그 자리 채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응 못하고 성과못내니 퇴사한다고만 생각하는 것. 이걸 조직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너무 눈에 보인다.


휴식기 없는 이직의 깨달음.

빌런과 빌런이 크게 한 판 싸우기도 전에 한 명이 밀려나면서 회사는 크게 변화했다. 어쩌면 더 이상 나쁠 것도 없는 게 아닌가, 싶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이 지옥에서 한 명씩 탈출하던 동료들과 그나마 남아있던 동료들 모두 조직개편이라고 쓰고 윗분들의 장기판 놀음이라고 읽는 그것으로 팀이 다 찢기고 말았다. 그리곤 다시 새로운 팀을 꾸려 복구하라는 미션을 내버리고 도망치듯 이직을 했다. 나가는 곳은 마지막까지 일을 시키고, 부르는 곳은 언제나 급하다.


수차례 메일과 일정 확인을 요청해야지만 겨우 소식이 닿는 새로운 회사는 체계란 것이 1도 없어 보였다. 이토록 없는 줄 알았다면 일정을 조금 늦춰 예정했던 여름휴가를 보내고 출근을 했을 텐데. 제대로 된 휴식기 없이 출근하며 1년을 오롯이 일만 하는 꼴이 되었다. 비행기 티켓과 휴가지의 숙소 예약, 하루에 두 끼는 사 먹고 커피와 디저트도 챙겨 먹었을 테고, 이래저래 보복 쇼핑으로 날려먹을 뻔했던 돈이 고스란히 대출상환 통장으로 들어갔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은 거겠지.


다만, 상반기의 나를 회복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었어야 했는데, 올 한 해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로 육체와 정신이 모두 탈진 상태라는 점이 지금의 큰 위기이다. 아,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도 불편한 것은 결국 나의 부적응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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