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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좋은 평가를 받고 상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했던 모든 것이 내게는 결코 만족을 주지 못했다. 나 자신을 향한 비판의 칼날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저 높은 곳으로 몰아세워 결국 한 발 내딛으면 낭떠러지인 그 앞에서 괴로워했다. 더 완성된 인생이어야 한다는 강박은 모두에게 친절하고 배려 넘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는 과잉 책임감 속에 날 살게 했다. 나쁠 것도 없다고 되뇌면서도 미세한 균열, 작은 결함 하나가 나를 괴롭혔다.
내가 뭐 실수하거나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나, 이것밖에 못하다니 너무 부족해, 내가 이따위 정도밖에 안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어. 내 기준은 항상 저만치 앞을 달리고, 나는 겨우 그것을 따라잡을랑 말랑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비난하고 저주한다. 언제나 자기 검열로 나의 말과 행동을 곱씹는다. 나쁠 것도 없는, 어쩌면 꽤 괜찮은 상황이라는 말을 들어도 난 내게 주어진 것들을 깎아내리고, 나의 가능성을 단번에 차단하며 절망했다. 깜빡이는 불안이, 요동치는 심장이, 울컥이는 눈물이 나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터놓으면, 나의 불완전함이 너무도 두려워 발버둥 쳤다. 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혔다. 나의 자유를 묶어버리고, 나의 창의를 무시했다. 어느 것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코 평온을 허락하지 않는 삶. 무엇이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강박과 불안에 가려진 욕망과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을까. 지금을 벗어나 저 앞의 기준을 따라잡는다고 해도, 나는 또 나를 의심하겠지. 나를 못 믿겠지.
하루 종일 자리에 꼼짝없이 앉아 아무도 관심 없는 일을 혼자 하고 있으면, 이 시간쯤 숨이 컥 막히며 내쉬어지지 않았다. 처음엔 꾹꾹 참고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다 어느 날부터인가 비상구로 몸을 숨긴다. 난방이 되지 않아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잠시나마 숨통을 틔운다.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는 이곳에서도 어차피 휴대폰으로 업무용 메신저에 답하고 메일을 확인하지만, 아무도 없는 이곳이 너무도 편하다. 부디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아무 연락 없이, 아무 관심 없이 퇴근까지 무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