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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퇴사?

매일매일 짧은 글 - 4일 차

by Natasha

수십 년을 살면서 스스로에 대해 깨달은 바는 난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데 겉으로는 전혀 아닌 척을 한다는 거예요. 물론 대부분의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이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을 가지고 이리 고민하고 저리 고민하다 세상 쓸모없는 시간을 낭비했네, 하며 생각을 다음 페이지로 넘깁니다.


이직을 할 땐 여기서 한 3년 정도 일하겠거니 했어요. 처음 경험해 보는 팬데믹을 거쳐 연차는 넘치고, 이제 회사생활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니 이직도 귀찮더라고요. 정년을 65세로 늘린다는데, 전 내일 당장 은퇴를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한 해가 두 해, 두 해가 세 해, 그렇게 5년이 훌쩍 넘어가면서 저의 퇴사(은퇴) 의지가 점점 더 커져갔어요. 물론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를 어떻게 커버해야 할지가 난관이지만요.


남은 대출 상환액을 계산해 보니 내년 사월 경에는 회사에 당차게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졌어요. 그리고 그 1년 동안 수익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고정비를 어느 정도 메꾸는 계획(?)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거죠. 뭐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대체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은 언제 찾을 수 있는 건가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지(생각만 하지 말고 시작을 하라고!), 그걸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지(그니까 해보라니까!!) 같은 고민만 계속 머릿속으로 돌리는 거죠. 물론 정답은 없고요.


그래서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ChatGPT가 저의 사주와 점성술과 수비학 등등을 종합해 올해는 퇴사가 아닌, 퇴사를 위한 준비의 해라고 조언해서는 아니고요(뭐든 AI에게 묻고 있음). 아직 대출금을 못 갚아서도 아니고요(전혀 아니라고는 못하겠네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 보고,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을 때 결정하고 싶어요. 그때가 너무 늦지 않도록, 3월이 다 지나기 전에 뭐든 해보겠습니다. 매일매일 짧은 글, 4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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