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초브런치프로젝트 2기입니다.
< (사소감정) 발랄맘 육아일기 > 블로그에 끄적이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열 달이 다 되어 간다.
아이 둘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씩, 둘씩 진주알 줍듯 모은 게 이만큼이다. 강요나 억지, 바라는 대가도 없던 글쓰기.
그저 두 아이에게 선물처럼 건네받은 오늘이라는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두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금 바로 주워 담지 않으면 그냥 떼구르르 굴러갈까 봐 아까운 마음으로 하루 이틀 써 왔던 일기를 모아보니 258개가 되더라.
블로그에 모아 온 이야기들을 책으로 한번 엮어 볼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건방진 호기심으로 신청한 슬초브런치프로젝트 2기는 만만치 않았다. 140명이 넘는 동기 분들의 글과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볼수록 수준이 장난이 아니더라. 다이어리 끄적이듯 술술 쓰고,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했던 블로그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을 걸고 발행될 글 앞에서 잠깐만 주저하게 되고 발행을 누를까 말까 하다가 한번 더 읽어보고 조심스럽게 발행을 누르고 있으니 이제야 현실을 파악한 것 같다.
파도 파도, 풀어도 풀어도 100점의 벽을 넘지 못한 열 살 언어와 미끄러지듯 훑어 읽는 카덱스 문해력만 가지고서 두 아이와의 평범한 일상을 글로, 책으로 쓴다고?
’ 우리 집 두 아이들에게만 줄 수 있는 책이겠지. ‘ 이렇게 또 미리 한계를 짓고 시작했다. 잘 못해낼까 봐. 근데 내심 기대도 된다. 슬초브런치프로젝트 2기를 통해 브런치를 만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고, 나의 글과 함께 자란 두 아이가 다 크고 난 다음에 나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해 줄 것만 같고. 혼자 피식하며 웃어본다.
우리 집 두 아이에게만 읽혀질 책을 만들 뻔했다. 브런치작가가 되기 전까지는. 이제는 작가로서 나의 글 매무새를 가다듬고 , 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면서 배워야겠다. 사랑하는 두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브런치 내 서랍 속에 쌓여갈 두 아이와 함께 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또박또박 써 내려가야겠다. 슬초브런치프로젝트 2기는 브런치 카페로 안내한 고마운 초대장과도 같다.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