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수업을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표를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필요 없는 광고 명함이 잡힌다.
그것을 버리려 둘러보니 쓰레기통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도로 집어넣는 순간 저만치에 노란 조끼를 입은 미화원 두 명이 큰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아, 저 봉투에 넣으면 되겠구나 하고 다시 주머니에 있는 명함을 꺼내 들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분 들은 할머니 미화원들이었다. 아마 노인 일자리로 봉사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그분이 들고 있는 봉투에 쓰레기를 넣으며
'수고 많으시네요' 하니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고 허리야, 하시며 정류장의 벤치에 앉으신다.
'그래도 건강하셔서 이렇게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좋긴 뭐가 좋아, 안 아픈 데가 없는데, '
'연세가 어떻데 되세요?'
'나는 86, 이 친구는 85여'
'그 연세에도 일 할 수 있으니 행복이죠. 우리 엄마는 요양 병원에 계시다가 퇴원했는데 걷지도 못하셔요. 이렇게 건강한 어른들을 뵈니까 부럽네요.'
'그랬어, 요양병원이 한 달에 얼마여?' 대뜸 비용부터 물어보신다.
'우리 엄마는 150만 원 정도 냈고요. 엄마 옆에 계셨던 분은 치매가 심해 24시간 붙어있는 간병인을 단독으로 쓰는데 한 달에 500만 원 정도 든데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을 지금 벌고 계신 거예요. 얼마나 행복해요. 이렇게 건강하게 다니시구 돈까지 버시니. 요양원에 계신 분들이 어른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워하겠어요.'
'그려, 그 말을 들으니 우리가 한 달에 500만 원짜리네.'
'네, 정말 행복한 어른들이세요. 우리 엄마 생각하면 어른들이 너무 부러워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금 한 달에 500만 원씩을 벌고 있는 거여. 여기저기 아파도 아직 일할 수 있으니 행복한 늙은이들이여, 500만 원 벌러 갑시다. 아이고 허리야.'
서로를 바라보고 한바탕 웃으시며 다시 일어서 일을 시작하신다.
그분들의 뒷모습에 연민이 인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 연세까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