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중일기]
때는 바야흐로 2003년
TV 드라마로 한창 방영되었던 "나는 달린다" 라는 드라마를 눈여겨 본 적이 있었다.
다른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매 순간순간 달리는것을 좋아하는 남자주인공이
항상 부러웠다. 그게 벌써 22년전 드라마였다니.. 무심히도 흘러가버리는 세월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해본다.
추운 한겨울 달리기는 그야말로 머리가 맑아지고 속이 후련, 시원해진다.
단점은 사람인지라 피부가 뜯겨져 나갈것 같은 추위는 여간 감당하기 힘들다.
내가 본격적인 러너가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20살때부터 꿈꿔왔던 러너의 길. 약 20년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이루게 되었다.
그땐 왜 하지 못했을까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사실 별거 아니다.
16살때 무릎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갔더니 연골연화증이란다.
고작 중학교 3학년인 내가? 연골연화증이라니... 그때부터 내 다리는 정상이 아니라고
늘 생각하고 단정지었다.
지금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돌팔이 의사의 오진따위.. 개의치도 않았을것인데
어리고 순수했고, 그런 나를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기도 했다.
되는대로 사는게 내 인생이었으니까.
사십의 문턱에 다다른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속에 열이 많은 타입으로 스트레스에 민감한 편이다.
긴장을 잘 놓지 못하고 항상 위축되어있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공황장애라는 친구도 새로 생겼다.
이런 마음의 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달려야 엉켜있던 속이 풀린다.
달려야 면역이 오르고
달려야 기분도 한결 나아진다.
조금이라도 나태해져 며칠동안 웅크리고 있는 꼼수를 부리고자 한다면
여지없이 내 몸에서는 병을 얻고야 만다.
그 결과가 바로 얼마 전 호되게 겪었던 A형 독감이었다.
새로 얻은 직장은 늘 일이 많다.
그래서 운동 하려면 없는 시간 쪼개가면서 해야되는데 며칠을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면서 단 30분이라도 나를 위해 운동 시간 투자하는게 하찮게 느껴졌었다.
그랬더니 바로 A형 독감을 태어나서 처음 겪게 된 것이다.
지독하게 아프면서 지독하게 반성 했다.
달려야 안아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려야 나를 지킬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