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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란 Mar 23. 2020

코로나의 파장

ITU 사이버대... 문닫은 대학교... 

코로나가 내 일이 되었다.

다행히 나와 가족들 중 몹쓸 바이러스에 걸린 이 없다만, 우리 생활에 직격탄이 내렸다. 당연히 내 공부도 총체적 난국이다. 그나마도 이런 상황이 일주일이 지속되니, 또 현상황에서의 최선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의미없는 계획세우기를 계속하는 내가 참 어이없다. 뜻대로 정말 잘 따라주지 않는 이 모든 상황에 절망하면서도, 왜 항상 희망을 좇아 계획을 세울까. 나란 인간 참. 파랑새 증후군일까.


한창 한국에 코로나가 창궐할 때도 여긴 확진자가 없어서 엄마의 덴마크행 비행기가 취소되는 게 최악의 수인 줄 여겼다. 그러다가 하나둘 확진자가 생기고 유럽 이웃나라들의 상황이 심각해지니 덴마크에서도 곧 이게 우리 일 되겠다는 조짐이 보이긴 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모든 직장, 학교, 애들 유치원, 어린이집이 폐쇄될 줄은 미처 몰랐다. 학교에 마지막으로 간 날도, 팀플을 저녁 6시까지 하고, 좀 남아서 다른 과목 팀플 코딩을 하고 있었는데 8시반쯤 돼서 총리의 당장 다음날부터 학교 닫기를 권고하는 발표가 있고선 내 채팅방들도 난리가 났다. 올 게 왔구나 싶으면서도 앞이 암담했다.


그렇다. 눈물로 며칠 지새우고 지금은 시골 시댁으로 온 가족이 왔다. 아무래도 만날 사람 적고 공간 넓은 이곳에서 ‘자가격리’ 되어야 아이들이 덜 답답해할 것 같아서다. 아이들은 때아닌 방학을 보내고 있고 그런 와중에 할 일 많은 엄마아빠 속은 타들어간다.


학교는 학교측의 말에 의하면 지난 한 주간 아주 순조롭게 온라인 플랫폼 체제로 전환되었으며, 모든 강의와 엑서사이즈 세션들은 Zoom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제시간에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과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고, (심지어 손들기도 가능하고, 그러면 잠시 마이크를 켜서 질문도 한다!) 때때로 이런 테크놀로지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강의실에서 듣는 긴장감은 영 기대하기 어렵다. 알고리즘 교수는 처음에 강의를 시작하며 잠깐 학생들이 마이크를 켜고 소리를 내어보라며, 같이 있는 걸 느껴보자고 했는데 그게 뭐라고 잠시 또 뭉클하더라는.


아무튼 난 개판을 치고 있다. 시공간의 문제다. 우선 시간,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무래도 남편도 일을 해야하고 시댁에 방 한개를 우리 오피스로 만들어놓고 서로 교대해가며 일하고 공부한다. 아이들 등원시키고 하원까지 확보되던 내 공부시간이 너무나 간절하다. 


공간의 문제.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격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모두가 같이 집에 있고, 방에 들어가 있더라도 밖에 다 들리는 아이들 고함, 울음 소리를 견뎌내면서 있어야한다. 정말 옷 갖춰입고 얼굴에 뭐라도 찍어바르고 학교가서 다른 공부하는 사람들과 있는 환경과, 맨날 똑같은 파자마에 노브라로 있으면서 그런 긴장감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 전, 네 과목 중 진작 한 과목은 포기하고 세 과목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이 상황이 닥치니 이미 마음 속으로는 두 과목만 안고 가자하는 마음이다. 정말이지 내 현재 상황에서는 그것도 녹록치 않다. 이런 위기상황이 닥치니 교수들도 품성에 따라 대처하는 방식이 참 다르다. 싸가지 없는 인공지능 교수는 팀플과 매주 있는 개인 과제 조건을 좀 완화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일절 대응하지 않으면서, 학생 개개인의 노오력의 문제라는 식으로 비꼬았다. 


새삼 온라인으로 독학을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사이버대학, 방통대 모두 존경합니다… 이게 진짜 쉬운 게 아니다. 그리고 내가 그리도 힘들다 불평하던 일상이 그립다. 지금도 물론 매일매일 내 눈에 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데서 오는 행복이 있지만, 학업과 결부하면 단지 2주 전의 일상이 꿈같다. 


그런데 이런 위기상황이 오니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우선순위를 다시 매기게 되는 그런 면은 있다. 아이러니. 두 과목이나 포기하게 되니 한 학기 졸업을 미루는 게 불가피해졌고, 여태 아둥바둥하던 게 의미없다 싶어졌다. 내가 매번 아니라고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목표 두었던 최고학점도 어려울 것 같고… 빨리 준비하고 유치원 가자고 윽박지르던 아침 대신 그냥 매일 시간개념 없이 수십 번 수백 번 부비고 장난치고 (또 윽박지르고!) 하는 요즘 나날들이 또 현실이다.


일상의 무게란… 먹고 싸고 치우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세 사람(본인 + 아이둘) 먹고 싸고 어지럽힌 거 치우는 게 무한루프다. 그 사이사이에 내 공부를 끼워넣는 난 과연 칭찬받을 만하지 않나. 그리고 학교 다니던 일상에서는 밤에 공부를 좀 더 하는 게 가능했는데, 애들이랑 있으니까 애들 재우면서 내가 먼저 곯아떨어진다. 흑흑. 


기약 없는 이런 재난에도 야속하게 봄은 오고 있고, 우리집 새싹들도 쑥쑥 자란다. 그게 큰 보람이고 내 인생의 뜻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는 그 사이에 최대한 안 우습게 욱여넣고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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