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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미나 Sep 19. 2018

취준을 다시 시작했다

기업은 참 스잘 데기 없는 걸 잘 만들어낸다.

27살 취준을 다시 시작했다. 아니, 사실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은 없으니 '다시' 한다고 할 수 없나? 하여튼 이번에는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힘이 닿는 대로 열심히 해보려 한다.  대기업에 가려는 이유는 따로 써봐야겠다,,,  


이직을 준비한다고 했더니 다들 '어후, 나는 그걸(취준) 다시 할 자신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과정을 겪어보지 않아서 '더 이상 이 회사는 못 다니겠다'는 생각만으로 취준을 시작했다. 무식해서 용감했다.

 


공부하는 나.. 와 넷플릭스



지난 여름, 토익공부를 하고 오픽을 쳤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내가 갖고 있는 기운을 모두 몰아 썼다. 돈도 많이 썼다. 토익시험 응시료 약 10만원, 책값 5만원, 오픽 시험 응시료 2번 20만원, 오픽 책 5만원, 오픽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올 줄 알고 결제한 토익스피킹 강의 10만원. 영어 성적을 만드는데만 도합 50만원이 든 셈이다. (모든 금액은 대강 책정)



오픽 공부의 지저분한 흔적들..



그보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출퇴근길에는 앱으로 공부를 했고, 스피킹을 공부할 때는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집에 와서는 밥을 대충 먹고 9시부터 다시 3~4시간 정도 공부했다. 마음을 졸이면서 공부해서 그런지 여름이 끝날 때쯤에 장염이 왔다. 위염도. 편도염도. 방광염도 이때도 싶었는지 다 따라왔다.


양약을 과다 복용하니 금세 병이 나았다. 병이 나을 때쯤 자소서를 써야 했다. 관심 없는 문장을 천 번 정도 고쳐 썼다. "~~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가 되겠습니다. 현재 00 기업은 해외진출을 공격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1집발매예정인 애인은 의외로 스토리텔링의 귀재였다. 납작한 단팥빵 같았던 내 자소서을 N겹 짜리 크루아상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못 쓴 문장을 보는 데는 익숙지 않았나 보다. 날카로운 말이 애인입에서 툭 튀어나왔고 나는 웃으면서 멘탈이 바스러졌다.



하 진짜 하기싫다.................!



내 경험을 기업의 시덥지않은 인재상에 끼워 맞추느라 머리에 쥐가 났다. 14시에 지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매일 점심은 샌드위치였다. 3~4일 만에 11개의 자기소개서를 냈고, 1개의 인성검사를 쳤다. 퇴근 후엔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을 자고(8~12시), 12시에 일어나 새벽에 졸린 눈을 뜨고 자소서를 쓰곤 했다. 아침 7시 반에 출근을 하면서 매일 박카스와 3 shot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어제는 7시간을 잤다. 오랜만에 잠다운 잠이었다. 7시간만 자도 사람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몸은 어째 간사하다. 어제부로 자기소개서가 몰려있는 시즌은 지나갔다. 친구는 이제 인적성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동안은 인적성 공부로 홍역을 치를 것이다. 이 고단한 시간은 언제 끝날지.




글이 징징거림으로 끝나버렸네.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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