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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Feb 19. 2023

인도네시아가 싫어진 이유

 이곳을 떠나고 싶은 다섯가지 이유

 여행말고 일을 하며 체류해 본 나라는 여기 인도네시아가 일곱번째(세달살기도 포함하면 여덟번째)인데, 인니생활이 6개월째 접어든 시점에, 좋은 점보다는 이 나라의 단점만 보여 큰일이다. 올해의 목표가 인니 탈출.요즘들어 한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늘 해외취업을 꿈꿔왔던 내가 '헬조선'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다니, 놀랍다. 


 지금 나는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자와섬, 그 자와섬에서도 수도 자카르타가 아닌 동쪽 끝, 수라바야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발리와 길리, 롬복, 족자카르타와 말랑을 가 봤는데, 인도네시아는 말 그대로 적도의 푸른 보석이다. 자연이 매우 아름답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좋다. 

그런데 여행하고 싶은 나라와 살고 싶은 나라는 다르다. 

여유있는 사람들과 느림의 미학은 여행할 때나 아름답지, 일상을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느려터진 행정 절차 때문에 일이 막혀 고생을 하다보면 여행하면서 느꼈던 장점이 단점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싫어진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이놈의 아파트 때문일 것이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 문제(물이 새고, 전기가 나가고, 하이라이트가 터지고, 흰개미가 출몰하고, 붉은 개미도 같이 오고, 수도관 문제로 흙탕물이 나오는 등등 손에 꼽을 수가 없을 정도다)가 너무 많아서 빨리 떠나고 싶긴 하지만, 이사를 가더라도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여기는 나와는 맞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된다.

나에게 싫은 점이 다른이들에겐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으니 이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1.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고 걷는 것도 불편하다. 

 도시내 이동은 무조건 자차 아니면 택시를 불러야 한다. 그랩이나 고젝과 같은 택시 비용이 저렴한 편이지만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없으니 이동의 자유를 빼앗긴 기분이다. 게다가 보행 공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서 가까운 거리도 걸어다닐 수가 없다. 잘 사는 동네라면 집 주변 골프코스로 산책을 할 수 있는 곳도 있긴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주변엔 산책할 곳이 없다. 조금 걷다보면 인도가 끊겨서 차도를 걸어야 한다던가, 횡단보도가 없거나 있더라도 보행자 신호등이 없어서 자동차 신호를 보고 건너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아무 역에서 내려서 주변을 걸어다니며 둘러보다 발길이 닿는 카페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무조건 목적지를 정해서 찍고 택시를 불러 이동해야 하는데, 난 그게 너무 괴롭다. 


2. 수질이 좋지 않다. 

 식당의 물이나 얼음을 조심해야 한다. 저렴한 길거리 음식은 위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배탈나기 쉽다. 수도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을리 없는 길거리 식당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물은 수돗물이라 물맛이 이상하고 석회수를 조심해야 한다지만 가끔 급할 땐 그냥 마시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는 잘못 마셨다간 배탈이 나기 쉽다. 

식수는 생수를 사서 마시지만 매일 아침 저녁 씻는 물도 사실은 걱정스럽다. 양치도 생수로 해야할 것 같지만 귀찮아서 그냥 수돗물을 쓰긴 하는데, 욕실 바닥이나 벽의 물 얼룩을 보면 심란하다. 단기 여행객들은 샤워 필터를 가져온다던데, 1년치 필터를 챙기기엔 부피가 엄청났고, 그렇다고 챙긴 만큼만 쓰기엔 이미 알고 있는데 도중에 필터없이 물 쓰기가 무서워질 것 같아서 나는 처음부터 외면하고 포기했다. 


3. 이슬람 사원의 기도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오기 전에도 하루에 다섯번씩 하는 기도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그저 매번 약 10-15분 정도 성스럽게 기도하는 소리겠거니 했었다. 잠깐의 기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길어질 때는 성인 남성의 목소리로 몇 시간씩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거나 아이 목소리로 노래가 들릴 때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확성기로 퍼지는 이 기도소리는 소음공해로 느껴질만큼 괴롭다. 허나 이건 사는 지역을 바꾸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이쪽에 사원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발리가 인기있는 관광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발리는 힌두교의 섬이라 시끄러운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4.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고, 물론 맛있는 음식도 많다. 잘 알려진 나시고렝, 미고렝, 른당, 사떼...다 맛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설탕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튀긴 음식 위주라서 이대로 평생을 먹다간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 같다. 물론 내가 항상 외식을 해서 그런거고, 직접 요리를 해 먹으면 어느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무슬림 국가라 돼지고기 파는 곳이 많지 않고(찾으면 다 있긴하다) 식당에서 술을 팔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술값도 비싼편이다. 이건 내가 해결할 수가 없다. 


5. 당장 터진 문제만 수습하려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원적인 내용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당장 터진 문제만 수습하려고 한다. 

싱크대에 물이 새고 있다면 그 파이프를 새로 교체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 물이 새는 부분을 때우고 해결했다고 한다. 당연히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그때마다 그 부분을 다시 때우고 얼마 못 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매번 푼돈을 들여 반복하는 것 보다는 한번에 원인을 차단하는 게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될텐데 매우 답답하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만의 문제인가 했는데, 어느 정도는 이나라 사람들의 경향이라고 들었다. 

동남아 국가를 여행할 때마다 동네의 구멍가게에서 1회 분량의 세제나 샴푸같은 것을 걸어놓고 파는 것을 많이 봤다. 그때마다 나는 그게 다 여행자를 위한 것인줄 알았고, 실제로 여행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물품이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랬다. 세제 한 통을 사려면 큰 돈이 들어가 부담되니까 작은 양의 세제를 그때그때 사서 쓰는 거라고. 급여 시스템이나 나름의 사정이 있을테니, 경제적인 문제는 내가 감히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원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도 미치게 되니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힘들다.   


6. 비용에 중간이 없다. 

 한국인 기준의 '중간'이 없는 것 같다.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이고, 미용이나 메이크업 비용까지 최저가와 최고가만 존재하는 느낌이다. 아주 저렴해서 이래도 되나 싶다거나, 매우 비싸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 도시에 부자인 화교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섯개를 쓰려고 했는데 하나가 더 늘어났는데, 그 밖에도 여기에서는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가 없다. 이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적용될 것 같은데, 그래서 동남아 국가에서 장기간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렇게 사랑했던 태국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가고 싶지만 살고 싶지는 않다. 

유럽 국가들은 날씨와 문화생활에 로망이 있지만 석회수 때문에 탈락이고, 아직 아메리카 대륙을 가보지 못해서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는 삶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남부 일부 국가들만 다녀보긴 했지만, 아직 인프라가 부족해 산책과 대중교통을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고, 남아공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지만 그곳에 자리잡기엔 아직 치안이 불안해 무섭다.


이쯤되니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내나라 대한민국이다...

지금은 여기를 탈출하고 싶어서 이러지만,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내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나도 잘 모르겠다. 


PS. 심지어 최근에 재미로 해본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나라 테스트에 대한민국이 나왔다. 

여러분도 한번 해 보세요. 

https://www.arealme.com/country/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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