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여행

내 몫만 챙깁시다!

by 슈나

주경야독하느라 바빠서 여행은 못 가지만, 그래도 관심 있는 나라의 여행 카페의 글은 계속 살펴보며 새로운 장소나 유행템 등을 주시하고 있다. 내일 당장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구글맵을 열어서 마크해 둔 곳을 딱! 갈 수 있도록!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데 계속계속 거슬리는 내용이 있다. 그건 바로, 본인의 여행 일정을 올려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 것.


그런데 최근에 그 이유를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정중독에서 찾았다.


친구하고 밥 먹을 곳을 찾느라 각자 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친구가 장난으로 중얼중얼...

"어디 가서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려나~"라고 해서 둘 다 킥킥 웃음이 터졌다.


생각해 보니 우리말 중에 '누가 들으면 ***인 줄 알겠네!'라는 표현도 있네?

이게 다 남을 의식하며 산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엔 농업사회다 보니 다 같이 모여 살며 협동하는 공동체 생활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을 배려하며 '더불어' '좋게 좋게' 사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게 이어져 내려온 동양의 정서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중요하고 남들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춰가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것 같다.


시대가 점점 바뀌고 있으니 요즘 사람들은 그렇지도 않겠지만 예전의 정서가 남아있다 보니 은연중에도 남을 의식하는 것이 자리 잡은 것 아닐까.


여행 카페의 일정 확인 문화를 보면서 씁쓸해졌다.

휴식을 위한 여행에서조차 남들이 하는 것은 빠뜨리지 않고 하겠다는 K 부지런함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사회 시스템이 야속하달까...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고!

자기만의 여행 루틴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공항에서 출발 전 나만의 뭔가를 한다던가,

예를 들면 평소엔 카페인을 위한 싼 커피를 마시지만

여행할 때는 공항 의자가 아닌 굳이 카페 공간에 가서 커피를 사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린다던가,

포즈를 하나 정해서 여행지마다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던가

현지 미용실을 꼭 가 본다던가

숙소에서 좀 멀더라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 본다던가

마트 구경을 하며 현지 식료품을 하나쯤 사 와 본다던가

현지 도서관이나 서점을 꼭 가본다던가

어디에 가더라도 맛있는 맥주집은 꼭 가본다던가

여행 일정 중 한 번쯤은 비싸고 좋은 식당에 가 본다던가

교통수단을 최대로 이용해 본다던가,

예를 들면 여행지에서 이동할 때 현지에 있는 모든 교통수단을 골고루 다 이용해 본다던가,

아니면 아무 버스나 타고 랜덤으로 정한 몇 번째 정류장에 내려서 걸어본다던가...

나만의 것을 만들어서

"나는 여행 갈 때마다 *****이런 걸 해!"라는 뽕에 취해보자. 진짜 재밌다.


사실 저것들은 내가 하고 있거나 해 본 것들인데,

다른 사람들이 여행 갈 때마다 어떤 것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책 '플랜더스의 개'를 언어별로 모은다던지 -라고 쓰고 싶었는데, 이건 진작에 망했다.

(이 책이 없는 나라가 더 많았다)

트램을 타고 가다가 그냥 다섯 번째 정류장에서 내려서 돌아다니다가 세 번째로 보이는 식당에 가자! 이런 식으로 정한 적이 있었는데, 베를린에서 해 봤는데 대성공. 구글맵을 닫고 그냥 여기저기 랜덤으로 돌아다니는 게 꽤 재미있었다! (주택가에 내리게 된다면 랜덤 숫자를 다시 설정하면 된다)

조금 길게 한 곳에 머무를 경우에는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꽃집에서 꽃을 사서 숙소에 꽂아둔다! 이런 것도 있었지만 꽃집을 찾기 힘든 경우도 있었고 숙소 이동을 자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땐 보류...


그리고 또 하나 더!

남을 위한 기념품을 사 오지 맙시다.

나를 위한 선물을 사 옵시다. 내 몫을 먼저 챙깁시다!


여행을 다녀오면 지인, 동료, 친구들을 위해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돌리는데... 이건 진짜 요즘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주고 싶어서 사주는 것은 소중한 마음이니 막을 길 없지만, 뭔가 사 와야 할 것 같은 압박으로 사 오는 것은 - 그냥 눈 한번 딱 감으면 됩니다.

그 여행 기억하고 추억하는 건 나뿐이며, 자잘한 선물을 줘봤자 받는 사람의 취향과 안 맞으면 그냥 방치됩니다...


과자도 무조건 내 거(+가족이나 부모님 거) 먼저 챙기자. 한 달 안에 만날 예정이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면 뭐 하나 사 올 수 있겠지만, 유통기한도 그렇고, 사실 남을 위한 선물, 안 사 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 주는 기쁨이라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백엔샵이라 해도 하나 둘 넣다 보면 천 엔 오천 엔이 그냥 넘어가는데, 그냥 그 돈으로 나 자신을 위해 맛있는 돈가스 사 먹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봤을 땐 귀엽고 좋아 보였는데 막상 한국에 가지고 와서 하나씩 나눠주려면 뭔가 초라해 보이고, 그래서 하나씩 더 보태서 담다 보면 이것은 누구를 위한 쇼핑인가...

심지어 사람 심리가, 내 거 살 때는 가격을 막 따지다가 선물할 기념품 사면 개수만 맞춰서 막 담게 된다...ㅠㅠ


그러니까,

어디를 가든지 나를 위한 선물만 꼭 챙겨 옵시다.

다만, 나를 위한 선물을 살 때도 토산품에 집착하기! 그 나라 그 지역 상품인지 꼭 확인하고 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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