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회사.
22살 인턴 생활을 시작으로 중간중간 쉼도 있었지만 사회생활 경력이 10년은 된 것 같다. 부산에서 서울로 옮겨 다니며 나름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고 만나왔다. 물론 직장생활이니만큼 좋지 않은 기억도 있지만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아직도 연락을 나누는 직장동료들도 있다. 비장애인 직원들만 있는 회사도 다녀보고 다른 유형의 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있는 회사도 다녀보았는데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이유를 얘기했던 적이 많다. 비장애인들만 있는 기업에서는 ‘그 직원, 싸가지가 없더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몇 가지 상황들이 있었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인사를 했는데 내가 못 듣고 지나친다던지, 전화를 했는데 단답으로 답변하고 끊는다던가 하는 일들이 생겼을 때이다.
아마 내가 구화를 하는 청각장애인이라 그런지 청각장애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쓰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사회생활 초기에는 장애라는 걸 잘 밝히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잊고 있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단편적인 모습들로 나를 싫어한다면 굳이 내가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얕은 인간관계를 잘라내는데 도움이 됐을 수도 있겠다.
내가 다녔던 회사 중, 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있던 한 회사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은 사회를 위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론적으로는 사회에 공헌하며 이익도 만들어내지만 일반적인 사회적기업의 구조는 비장애인 관리자들이 장애인 직원들을 채용해서 관리하는 형태의 구조로 되어있다. 업무 자체는 단순 업무인 경우가 많고 아무래도 환경이 그렇다 보니 개인 역량을 쌓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장애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는 일반기업보다 나았고 못 들어서 생기는 오해를 싸가지 없다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일반기업들이 더 잘 맞았다. 장애를 가진 직원이 있는가 없는가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니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했다. 사실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은 싸가지 없는 직원이 안되면서 일반기업에서 역량도 쌓고 싶은 바람이다. 그러다 보니 창업을 해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단순히 장애인 직원이 관리를 받는 구조가 아닌 능력이 있는 장애인은 동등하게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직장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다.
요새는 고민을 많이 한다. 업무환경 때문에 아무런 목적과 방향성 없이 창업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기업을 만나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많은 직장에 화상회의나 통화가 많이 도입되고 있다. 기술의 도입으로 원격근무가 가능해졌지만 이런 과정에서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회사는 감정을 지닌 존재가 아니지만 나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조금은 불편함을 겪더라도 관대하게 바라보는 사회가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