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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Mar 14. 2023

왜 책을 쓰셨어요? 라는 질문.

출간은 출산이다 1. 책의 탄생

책을 한권씩 낸 초보 작가 셋이 모여,

초보 작가로 겪은 일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들이 나중에 어떤 형태로 묶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써보기로 했어요.

누군가에게,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가닿는 글이 될테니까요.


저는 육아서 '완벽한 엄마는 없다'라는 책을 한권 낸 저자이자,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

<출간은 출산이다>라는 부제를 가지고 이 매거진에 글을 차곡차곡 쌓아보려 합니다.


 



책을 내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왜 책을 쓰셨어요?"

혹은

"어떻게 책을 쓸 생각을 하셨어요?"

같은 질문이요.


이 질문에는 지금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렇긴 해요. 제가 남다른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남다른 아이들을 낳은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평범한 궤적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지라, '육아'라는 일반적인 주제를 가지고 일반인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 누구보다 일반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출간은 출산과 비슷하구나.

라는 사실이에요.


사실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왜 아이를 낳으셨어요?"

라고는 잘 묻지 않잖아요.

굳이 대답을 한다면 아이를 낳고 싶어졌고, 낳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낳을 수 있는 타이밍이 되어서 낳게 되었다...라고나 할까요.


그 질문과 같은 맥락으로

책을 쓰고 싶어졌고,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출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맞아서.

책을 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출간을 출산을 비유한 것은,

출간이 굉장히 특이하거나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출산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출간 역시 진입장벽이 높은 일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책을 쓰고 싶다면

우선 내 마음을 먼저 잘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왜 책을 쓰고 싶은 것인지. 

책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것인지, 나를 입증하고 싶은 것인지,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인지. 먼저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 지금 생각해보면 10년을 아이 키우는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경단녀로 살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구 엄마가 아니라, 출간 작가 최민아라는 타이틀을 얻고자 했던 마음도 강했구요. 어찌보면 보여주기 위한 '허세'가 많았던 것 같네요ㅎㅎ

나 집에서 놀고 있지 않다, 내 이름으로 책을 한권 냈다 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마음이요.


책을 쓰는 과정은 지리하고도 외로운 순간들이기에

과연 내가 한가지 주제로 30꼭지를 채울 만큼 쓰고싶은 것인지 되묻는 과정도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중간에 주저앉고 말거에요.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들이 책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해요.

유명 작가이거나 인플루언서라면 출판사와 계약을 한 상태에서 글을 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초보작가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가 쓰고 있는 원고들이 책이라는 형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겨내고서 원고를 끝까지 써내려갈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작가의 말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출판된 후에,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소설이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라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 작품이 소설로 통용될 수 있다면 누구나 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적어도, 그런 말을 한 사람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지 않았다. 아마 써야 할 필연성이 없었던 것이리라. 필연성이 없으면-가령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아무도 소설 따위는 쓰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썼다. 그것은 역시 내 안에 그럴만한 필연성이 존재했다는 뜻이리라.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대 작가에 저같은 초보작가는 범접할수도 없습니다만,

저는 이 글을 읽고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어요.

내 안에 써야할 필연성이 있는 사람만이 책을 쓴다는 글귀가 너무 와닿아서요.


글을 잘 써야만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써야 할 필연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두번째 책을 아직 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것이구요.

두번째 목소리를 낼 만큼의 필연성을 스스로 찾지 못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주변에 둘째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대부분 둘째를 낳으시더라구요. 낳아야 끝나는 고민이라고 할까요

고민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이 있는 상태인 거에요. 외동 하나만 낳으시는 분들은 대개 단호하십니다. 제 사전엔 절대 둘째는 없어요! 라구요.


출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막연히 있는 사람이라면, 그 필연성만 찾으면 쓰게 될 겁니다.

그것이 야구장 외야석에 누워있다가 문득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부엌 테이블에서 쓰기 시작한 스물아홉살의 하루키 같은 모습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자신만의 써야 하는 필연성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찾아올지 몰라요.

그 필연성을 열심히 찾고 있는 저처럼, 이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것이 오기를 기다리며.

어떻게 출간을 준비해야 할지는 다음 글에서 풀어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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