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은 출산이다 6. 책의 성장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책도 마찬가지였다는 걸, 출간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내가 잘 쓰면 되겠지, 출판사가 지원 많이 해주면 되겠지 라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살그머니 고백한다.
9개월 동안 품고 보듬어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엄마아빠 뿐 아니라 조부모님, 이모, 삼촌, 이웃,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하루하루 자라듯,
작은 내 사유와 목소리들을 고이 담아 몇개월간 들여다본 과정을 거쳐 태어난 책 역시 결코 혼자 크는 것이 아니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서점에 진열도 되기전에 한달음에 가서 구매해준 사람들, 주변 엄마들과 나눠 보겠다고 여러권을 구매해준 사람들, 아이가 이미 중고등, 대학생임에도 한참 후배이자 초보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사람들, 심지어 아이를 키우지 않는데도 책을 구매해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았고 든든했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부모님은 물론이고, 발이 넓은 시부모님까지 각종 톡방과 모임에서 소문내 주셔서 참으로 감사했다.
책을 계약하고 나서 공허한 마음에, 역설적이게도 다른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그 과정에서 만난 독서모임 책친구들은 내 책이 출간되자 한 마음으로 축하해주고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매하고 읽어주었다. 온라인으로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책으로 이어진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끈끈하고 튼튼한 매듭 같아서, 내 책과 우리 사이를 더욱 단단하게 연결해주었다. 인스타를 기반으로 북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던 책 친구들은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자의로 예쁜 책 사진도 찍어서 구매인증을 해주고, 정성스러운 서평도 남겨주었다.
사실, 한달에 책 한권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나 같은 초보 작가의 책을 구매해서 읽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라인 서점의 평점과 후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독서모임 책친구들이 올려준 후기와 후한 평점이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했다. 출판사에서는 적극적으로 서평단을 모아주지 않았고, 다만 서평단을 진행하게 되면 책을 지원해주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서평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현실적인 고민들에 부딪혀서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써보려한다) 어떤 단체나 모임을 통한 서평단이 아닌, 개인을 통한 서평단을 모집하게 된다. 다름아닌 나의 든든한 지인이자 선배 작가인 정소령 작가님이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서평단을 10명 모집해주었다 (그녀에게 다시금 감사를 ^^). 출판사로부터 출간할 때 받은 20여권의 책 중 10권에 정성스레 사인을 하고, 후기 잘 부탁드린다는 메모까지 동봉해 하나하나 포장을 하고 배송작업을 했다. 그렇게 내 마음을 담은 한권 한권의 책들이 독자들에게 닿았고 소중한 리뷰가 작성되었다.
사실 그 과정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달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인 시대에, 내 책이 나왔으니 사주세요, 읽어주세요, 후기 남겨주세요 하는 부탁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일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이라는 매체가 생각보다 취향을 타는 것이다보니 누군가에게는 나의 목소리가 가닿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육아서의 특성상 아이를 이미 다 키웠거나 키운 경험이 없거나 키웠더라도 나와는 지향하는 방향이 다른 경우가 있어서 독자층이 한계가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은 사람의 작은 책이 한권 한권 누군가에게 닿을 때마다 나는 행복했다.
마치 아이가 한발자국 한발자국 혼자 걸음을 걸어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내 책은 내 손을 떠나 혼자 성장해야 할 것을 직감한다.
아이를 내 품에서 떠나보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