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
*이 글은 2017년 서른넷 어느 여름에 작성한 것입니다.
산책을 할 때도 그렇지만,
드라이브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오늘 초록빛을 뽐내는 숲 사이로 오렌지 빛을 한가득 품은 하늘이 펼쳐진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러다 딱 10분만 더 달리고 싶다고 생각될 즈음 목적지에 도착하고 말았다.
다시 고속도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길을 또 달리고 싶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같은 길은 아니잖아?
분명 같은 길인데
내가 다시 돌아가서 달리는 순간, 그 길은 달라질 것이다.
돌아가는 동안 시간이 흐를 테고,
다시 달리는 동안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고
아마도 내가 본 오렌지 빛 하늘과는 좀 다른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게 더 나은 길이 될지, 그저 그런 길이 될지, 별로인 길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
확실한 건, 막상 카페에 오자 그냥 지금 도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덕분에 카페에 앉아 어스름한 하늘을 보게 되었으니까.
만약 다시 돌아갔다가 카페에 왔다면 더 어둑해져 있을 것이고,
카페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분명 같은 길인데 다르다.
분명 같은 집인데도 시간마다, 날마다, 내 기분 따라 집도 다르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도 시간마다, 날마다, 내 기분 따라 사람도 다르다.
그러니 그냥 세상사는 ‘다 날씨 같은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비가 올 때도 있고, 해가 뜰 때도 있고, 눅눅할 때도 있고,
오렌지 빛 하늘에 반해 드라이브를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울 때도 있는 것이다.
내가 다시 그 시간을 겪고 싶어 같은 것을 반복하면
아마도 그것은 이전의 내가 느낀 것들과는 다를 것이다.
그것이 시간의 묘약이며,
시간을 담보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기분이 찢어지게 좋다고 해서
돌덩어리가 눌러앉은 듯 답답하지만 털어놓을 곳이 없다고 해서
그것이 지속되지 않을 거라고 믿을 필요도 있다.
같은 길이지만 다른 길이듯,
같은 나지만 매일 다른 나이듯,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