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단계에서 상호의존적 단계로 넘어가는 게 성숙이다
솔직히 오늘 미라클 모닝은 실패했다. 주말에도 이어서 하고 싶었지만, 평일에 자지 못한 잠을 토요일은 자야만 할 것 같아 지난 주에도 토요일에는 늦잠을 잤다. 사실 평일에 일을 오버해서 하고 있다 보니(계속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달려야만 하는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주말만큼은 나에게 좀 빈틈을 주고 싶달까.
강박을 만들고 싶지 않다. 예전의 나였다면 오늘의 실패가 너무 쓰디쓴 참패처럼 느껴졌겠지만. 나는 내가 다시 또 미라클모닝을 실천할 거란 걸 잘 알고 있고, 이렇게 중간에 쉬어가는 페이지마저도 습관의 패턴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휴식을 몰랐던 인간이고, 그래서 잘못된 휴식만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잘 쉬면 잘 쉴수록 죄책감을 갖는 데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리고 그 강박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냥 뭔가를 끊임없이 하게끔 했고, 그렇게 번아웃이 무려 3-4년은 지속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보니, 작년 극심한 우울증은 이전부터 계속되었던 것이다.
한번 내면이 고통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 난 다음, 그리고 내면의 주치의인 상담과 정신과 선생님까지 만나면서 나는 그동안의 내 패러다임 자체가 잘못되었엄을 깨달았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효과적인 사람(성공적, 생산적인 사람) “Effective People”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성숙의 연속성] 의존적 단계 —> 독립적 단계 —> 상호의존적 단계
내가 놀란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째, 현대사회에서 강조하는 독립성이 알고 보면 의존성에 의거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이건 내 경우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나는 정말 내가 뼛속까지 독립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굳은 믿음 때문에 작년에 내가 이룬 모든 게 가짜 같단 생각이 들었을 때 당황했던 것이었다. 너무나 주도적으로, 나 스스로 만들어온 결과물인데 도대체 왜 가짜 같단 생각이 들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의존성에 의거한 독립성, 즉 가짜 독립, 허구의 독립성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의존성에 의거한 독립이란 건 그런 것이다. 내가 잘 되고 못 되고의 기준이 타인에게 있어서 어떤 문제가 터지만 저절로 가해자-피해자 구도를 만들게 되고, 내가 늘 피해를 보고 나는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왜 이렇게 나만 희생하고 있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주도적으로, 진정한 독립성을 바탕으로 내가 그 사람을 도운 것이라면, ‘내가 피해를 보았다, 내가 희생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어느 순간 억울해지고 어느 순간 나만 피해를 보는 것 같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상담을 통해 내가 회복한 것은 진정한 독립성이었고, 부부상담을 통해 회복한 것은 상호의존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리액션과 반응, 관계로부터 정의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날, 정말 망치 한 대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 있을수록 내가 누구인지 점차 모르게 되는 것이라고. 나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반응과 그들과의 교류로부터 바라보는 나란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둘째, 스티븐 코비는 상호의존적 단계는 독립적 단계에 도달한 자들만이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잘 유지되려면 부부가 각자 독립적 단계에 도달해야만 그 관계가 성숙하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의존적 단계에만 머문 사람과 같이 일을 시작하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어 이 말에는 십분 동의한다. 아마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프리랜서 1-3년 차에는 ‘독립적 단계’에 머물며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웠고 점차 ‘상호의존적 단계’로 가서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더 큰 성과를 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욕망이 점차 커지고 그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이란 단계로 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겐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욕구)이 삭텄고, 그리고 그것을 출판으로(무엇으로) 시작해야 한다, 나의 뿌리고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며, 만들고 싶은 책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싶으니까(왜), 그래서 당시 팀빌딩되어 있던 팀원들을 설득하여 함께하자고 했고 그때부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서 하고 있는 것(어떻게)이다.
오늘 책에는 정말 중요한 개념이 많이 나왔다. 사업을 시작한 것 역시, 습관의 3요소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사업이야말로 습관의 결정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내게 이런 관점이 없었기 때문에 사업이 더 흔들리거나 정체되었을 것이다. 사업이야말로 데일리 태스크와 함께 상호의존적 단계의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여 성과를 내야 하는 고도로 성숙된 자아들의 일이었던 것이다.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인식, 기량, 욕구. 나는 이 중에서 결국 욕구가 행동을 부추기는 것이고, 인식은 최초의 시작을 만들며, 기량은 지속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 가지가 계속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습관 하나가 탄생되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서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고, 그 이유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하루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은 6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침에 일어나 팀원들과 미라클모닝 모임 1시간을 갖고, 아침을 먹고, 글을 쓰고 출근하는 패턴이 만들어졌고, 자기 전에는 반드시 매일 해야 하는 DB작업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것이 이 미라클 모닝을 이어가는 ‘어떻게’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의 행동이 함께하여 하루가 완성될 때 다음 날 아침에도 내가 일찍 일어날 동력을 갖는 거니까.
한 가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성숙된 자아와 성품, 나의 욕구와 왜에 대한 인식, 어떻게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 직접 습관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나로썬 하나하나가 왜 빠짐없이 필요한 것인지를 이제는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