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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적 에세이스트 Dec 28. 2020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끼리, 세모는 세모끼리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끼리, 세모는 세모끼리"    필자가 6년전 첫 취업을 하고 한참 교육을 받던 날, 다른 건 다 잊었지만 유일하게 내가 선명히 기억하는 문구다. 당시 내 담당 부서의 가장 높은 직책의 상사가 병아리 같은 신입들을 축하하고 맞이하는 자리였다. 뭐 언제나 훈사는 비슷비슷하듯 신입이라 모든 게 어색하고 서툴겠지만, 곧 잘 적응할 것이라는 말씀이였는 데 그 중 동그라미와 세모, 별 이야기를 언급하셨다. 그때 그 말씀이 내 가슴 안에 콕 하고 박혀들어와 현재까지도 내게 좋은 가르침으로 남아있다. 말씀의 주된 내용은 이러하다. 처음에 가면 모두 어색하고 잘 모르는 사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하나둘 모여 서로 친해지게 된다. 이때 세모는 왠지 나와 비슷한 세모가 좋고, 동그라미는 동그라미가 좋아서 서로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아직은 내가 낯설어 아무런 무리에 속해있지 않더라도 결국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친해지게 되리라는 뜻이었다. 질서정연한 우주에 혼자 갑자기 떨어진 별똥별같을 신입들의 고충을 미리 파악하시어 전해주시는 깊이있는 말씀이었다. 그 직장을 떠나와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지도 3년이 넘었지만, 그 때 해주신 그 말씀대로 사람은 어딜가나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친해지게 된다. 결국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비슷한 에너지 주파수대에 서로 물리적으로 진동하며 하나의 무리를 형성하게 된다. 


 "모두와 잘 지내지 않아도 괜찮아"

 이 문장에서 내가 가장 크게 위로받은 부분은 내가 모두와 잘 지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명제를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동그라미면서 동그라미가 아닌 세모, 네모와도 비슷한 수준으로 친해지고 싶었는 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결국 동그라미는 결국 세모나 네모와 아주 같을 순 없으니까.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할 때 우리는 애꿎은 미움과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게 된다. 그리고 또 나에겐 천군만마와 같은 동그라미 무리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잘 살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으면, 내 주변이 잘 살고 있는 지를 반추하게 된다. 그만큼 나의 주변은 내가 어떠한 상태로 살고 있는가에 따라 조금씩 변해갔다.


 #비슷한 취향 중심의 소통

올해 8월에 다같이 제주도 여행을 떠났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 중 하나는 10월에 혼자 제주를 찾았고, 나는 올해 12월에 다른 일행과 제주도에 왔다. 나의 제주도 여행을 하나하나 열심히 SNS에 올렸는 데, 그 사진을 보고 그 일행에게서 바로 연락이 왔다. "혹시 너, xxx에 있니?" 하며 똑같은 자리에서 찍었을 법한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그렇다. 우리는 함께 떠나온 여행도 아니고 각자 떠나온 여행에서도 똑같은 숙소를 골라 묵으며 똑같은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소통은 취향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쉽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이나 가치관을 갖기 마련이다. 이러한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져 서로를 더욱 끌어당긴다. 어쩜, 참 친하다는 뜻은 참 많이 비슷하단 뜻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 친한 친구들 중 나와 취향이 정반대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 같은 톤의 취향저격인 사람들은 왠지 내게 더 오래오래 사랑스럽게 기억된다. 내가 좋은 걸 보면 이 사람도 좋아하겠지 하고 떠올릴 수 있는 든든한 팬이 된다고나 할까? 이 글을 다 써갈 때쯤, 또 다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카페는 어떻게 알고 간거니? 나도 다녀왔는데.." 


 #조용한 자기 성찰의 연말

 내가 잘 살고 있는 지 기울여보다, 내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처럼 동무들의 이름과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들의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나만의 즐거운 연말 밤이다. 귓가의 캐롤 소리가 울리고 떠들썩한 연말 모임과 송년회도 즐겁지만, 난 왠지 모르게 수도승처럼 조용히 방에 앉아 불을 켜고 일기를 쓰며 12월을 보내는 걸 더 좋아한다. 자아 성찰의 시간을 통해 한 해를 잘 정리하고 다가올 내년을 가볍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때문이리라. 자기 성찰의 끝엔 소중한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고 웃었는 지 돌아보게 된다. 다양한 이유로 헐떡거리며 달려온 12월의 말엔, 사랑하는 이들의 맑은 웃음을 떠올리며 고요한 숨으로 살아낸다. 올 한해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했는가보단, 순간을 살았는가, 마음을 다해 일을 하였는가, 사랑하는 이들의 눈을 자주 쳐다보았는가를 내 자신에게 묻는다. 저멀리 내 안에서 메아리 같은 대답이 내 귀를 스쳤다 사라진다. 닿을 듯 말듯 사라지는 답은 내년에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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