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잔인한 스토브리그

비시즌에 야구로 혈압 터트리는 법

by 유민아


지극히 롯데 팬 관점에서 올 스토브리그는 재미가 없었다. 성적과 무관하게 그간 FA로 이적하는 선수들을 보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모기업에서 돈을 안 쓰겠다고 애초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팬들을 들썩일만한 내부 FA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시아쿼터가 시행되는 첫 해라 누가 올까 기웃거리고 있었더니, 한일 양구단 가진 장점을 살리지 않겠다는 속 뒤집어지는 소리나 하고. 새로온 외인 투수들한테 기대를 걸어보지만 어쩐지 예전같이 흥이 나지 않는다.


원래 스토브리그 기간이 되면 전 해가 얼마나 망했든, 어느 순위로 내려 앉았든. 올해는 진짜 다르다 어 딱 두고봐 우리 가을야구간다. 우승 적기가 올해다 외쳐야하는건데. 이상하게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작년의 충격이 너무 커서 아직 못 헤어나왔나 싶었는데...


선수의 사생활 논란이 터지질 않나. 우리집 마무리가 교통사고에 휩싸이질 않나. 라스트팡으로 캠프 보내놨더니 도박장을 갔다는 거예요. 와중에 도박장은 선수들이 갔는데 왜 내 DM이랑 카톡창이 불이 났는지는 모르겠고. 진짜 이게 무슨 소리야? 너네 알아 듣게 설명해.


심지어 그 선수들이 나름 주축 선수들이자 앞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끌어갈 거라 생각했던 선수들이라 더 허무했다. 그 중 두 명은 내가 인터뷰 하고 싸인볼도 받았던 선수였다. 내가 유니폼을 마킹한 선수도 있었다. 더 화가나는 것 징계를 받는 와중에도 그럼 시즌 초에 우리집 내야는 누가 보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팀 스포츠라는 게 이렇다.


아무튼 이렇게 야구를 멀리하던 와중... WBC가 열렸다. 자이언츠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채로. 라인업을 보고 우리 팀 선수들을 보자니 뽑힐 사람이 없다 싶다가도 또 정말 한 명도 선출되지 않은 꼴을 보니 속이 쓰렸다. 온갖 야구계정들을 다 구독하는 바람에 SNS에는 허구한날 국대 베어스, 국대 트윈스, 국대 라이온즈가 올라오는데 그럼 질투가 안 나겠냐고요.


평소라면 비시슨 야구 컨텐츠다 하고 봤을 WBC를 힘껏 외면하고 있는데, 한일전이 열린다는 말에 결국 리모컨을 들고야 말았다. (와중에 이대호가 해설한다고 SBS를 틀었다. 팬심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우리 팀을 응원하기 위해... 와중에 롯데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잡혔다. 저분은 또 어쩌다가 저기까지 가게 된 것일까. 응원가 메들리를 하는지 우리 팀 응원가도 울러펴졌다. 그러니까 지금 이대호가 해설하고 롯대팬이 관중석에 앉아있고 롯데 응원가가 울려퍼지는데 롯데 소속 선수가 그라운드에 한 명도 없다고요? 머리 아프다 진짜.


약 세 달여 많에 본 야구 경기에서 일본이 4홈런을 때려냈다. 홈런이 자주 나오는 구장이라고는 들었는데, 저렇게 치는 것마다 홈런이란 소리는 안 했잖아요. 시즌 내내 봤던 우리 팀이 열심히 안타치고 달려서 쫌쫌따리 점수 쌓아두면 상대 팀이 와아~ 하고 홈런 한 방에 점수를 따라잡는 경기였다. 김혜성 선수가 홈런을 쳐주지 않았다면 중간에 PTSD가 와서 껐을지도 모르겠다.


비시즌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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