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고랭 라면 진짜 맛있다.
지난주 수요일쯤인가 보다. 직장 동료와 함께 사담을 나누다가 굴라쉬가 떠올라서 동료에게 굴라쉬를 먹어보았냐고 물어봤다.
"근빵 님, 혹시 굴라쉬 드셔보셨어요?"
"아, 그거 저희 집에 있어요!"
"네? 굴라쉬가 집에 있어요? 어떻게요??"
"아.. 저희 오빠가 저번에 한 박스 사두고선 한 개 먹고 안 먹어서 제가 가끔 먹어요. 맛보시게 가져다 드릴까요?"
"오모, 그럼 저야 좋죠! 근데 진짜 신기하네요, 굴라쉬가 집에 있다니(웃음)"
"하하, 그렇죠? 아, 혹시 미고랭 아시나요?"
"미고랭이요? 그럼요! 저 엄청 좋아해요. 인도네시아 볶음면 말이죠?"
"네, 맞아요. 그거도 집에 있거든요, 저희 엄마가 사두셔서."
"네? 미고랭이 집에 있어요???"
"아, 그게~ 미고랭 라면이라고 인스턴트 라면이에요. 친구가 전화로 미고랭 라면 먹어봤냐고 물어서 지금 먹고 있다니까 '넌 뭐 말만 하면 집에 다 있어? 무슨 편의점이야? 마트야?'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집이 꼭 마트 같네요. 모전자전인가 봐요, 오빠랑 어머님이 궁금한 건 사서 경험해 보시는 것이 닮았어요."
"하하..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암튼, 제가 미고랭 라면이랑 굴라쉬 하나씩 가져다 드릴게요. 한 번 먹어보시고 입에 맞으시면 구매하시는 것도 괜찮으실 거예요."
"네네, 저야 너무 고맙져!"
받아 온 다음 날은 주말이라 아침으로 가볍게 굴라쉬 한 그릇과 식빵 반쪽을 적셔서 먹었고, 한 봉지는 다른 날 밥을 말아서 국밥처럼 마셨다. 케첩은 그냥 그런데 익힌 토마토는 왜 이렇게 맛있는지. 난 토마토가 참 좋다. 새콤달콤, 껍질을 씹을 때 은은하게 올라오는 풋내라고 해야 하나? 풀 씹어 먹을 때 느낌과 비슷한 암튼 그런 것마저 좋더라. 우리 집 세 남자는 토마토라면 손사래를 치지만 말이다.
미고랭은 이틀 연속 아침으로 먹었는데, 처음엔 계란 프라이만 올려 먹고, 두 번째엔 숙주와 양파, 대파, 당근을 함께 볶아 고춧가루도 더 넣어줬다. 여기 위에 계란 프라이 튀기듯 구워 올리니 푸짐하게 한 끼 든든하게 먹어서 매우 행복하다. 고수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테지만, 인스턴트 라면으로 이 정도 흡족함을 얻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 각자 요구사항에 맞게 토스트를 두 종류로 만들어주면서도 나는 그저 자투리 빵 쪼가리와 커피 한 잔으로 때우기 일쑤였는데, 오랜만에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잘 차려 먹으니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
아이들은 아빠의 식성을 닮고 6~8년은 친할머니의 음식을 먹으며 자랐기에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의 카테고리가 비슷하다. 고기와 곰국을 좋아하고 장어도 없어서 못 먹는다. 나는 이 세 가지가 그저 그렇다. 많이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도 자라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함께 먹어보고 하니 지금은 조금 믹스가 된 정도지만 여전히 그들 안에서 내 입맛은 튀는 편이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을 준비할 때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주로 하게 된다. 어차피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다들 잘 안 먹는 데다가 나도 양이 많은 게 아니라 늘 음식이 버려지니까 점점 더 내가 먹고 싶은 건 안 먹게 되더라.
미고랭 라면을 먹기 위해 쓴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참 오랜만에 나만을 위해 요리를 해보았다. 남길 걱정 없이, 맛있게 먹을 생각으로 말이다. 고작 인스턴트 음식인데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니, 그동안 내가 참 나를 돌보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에 코끝이 찡하다. 앞으로 나만의 치팅데이를 정해서 그날은 무조건 가족들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내가 먹고 싶은 걸로 픽해서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