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감싸기
아침에 일어나 체중을 잰다. 다이어트를 한다기보다 내 몸을 체크하는 용도랄까. 오늘도 역시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랐다.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아니 오히려 살짝 늘었는데 왠지 눈바디가 괜찮아 보인다. 혹시 모르니까 작아서 입지 못한 옷을 입는 것에 한 번 도전해 볼까?
옷장을 열어 살펴보다가 살이 쪄서 입지 못했던 하늘색 봄 원피스를 집어 들었다. 혹시라도 맞지 않는데 억지로 입어 옷이 상할까 봐 조심스럽게 입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지나 몸통을 지나 조심스럽게 양팔을 넣고 잠시 숨을 골랐다. 과연 지퍼가 잠길 것인가..?!? 조심스럽게 지퍼를 올리고 올리고... 와- 세상에! 옷이 들어갔어!!! 들어갔다고!!!! 야호!!
신이 난 나는 원피스 위에 입을 스웨터를 찾기 시작했다. 원피스를 살 때 세트로 입으려고 산 스웨터라 오늘 코디에 꼭 필요하다. 옷장 서랍 구석에서 찾아낸 스웨터를 툭툭 털어 주름을 펴두고 옷장 위에 올려둔 리빙박스를 꺼냈다. 리빙박스를 열자 차곡차곡 접어둔 천 가방들이 가득하다. 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보부상인 나는 에코백이라 부르는 가볍고 튼튼한 가방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양한 에코백 사이에서 건반 위에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작고 아담한 것을 골랐다.
옷을 입어보고 어울리는 아이템을 고르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에서 30분 남짓. 원피스를 입은 시간도 포함이니까 적당한 시간을 썼다. 오롯이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시간이다. 아, 행복하다.
매일 잡히는 대로 편하게 입던 청바지와 티가 아닌, 어제도 들었던 대충 아무렇게나 던져둔 가방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와 스웨터를 입고 어울리는 가방을 골라서 출근 준비를 마쳤다. 누군가에겐 올드하고 유치한 취향일지라도 나에겐 에너지 그 자체라 입기만 해도 들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입술색이 없다고 립글로스만 쓱 발라둔 얼굴, 미용실에 가지 않은지 오래라 푸석한 머릿결이 지저분해서 하나로 올려 묶은 머리카락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 모습이 가장 나다운 모습이니까. 조금 부족해도 안 예뻐도 이쁘다. 내 눈엔 내가 제일 사랑스럽다. 누가 뭐래도 말이다.
이처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단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이라 꼭 챙겨야 한다. 나는 내가 잘 챙겨줘야 타인에게도 챙김 받는 법이니까. 내면을 가꾸는 일만큼 외면을 가꾸는 일도 신경 써서 해줘야 한다. 나는 그런 대접을 받을만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