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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Feb 16. 2024

꽁냥꽁냥 겨울 방학 생활 계획표 만들기

2024년 1월 5일 금요일, 방학 첫날의 아침 메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스트다. 1호는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를 좋아하고, 2호는 햄과 치즈, 계란을 넣은 샌드위치 형태의 토스트를 좋아한다. 메뉴를 통일하면 좋으련만... 토스트 하날 먹더라도 이렇게나 다르다. 만들 때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덕분에 우리 부부는 2가지 메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자, 아침도 든든히 먹었으니까 이제 우리 겨울방학 계획을 세워볼까??"

"아이~ 귀찮은데..."

"그래도 해야 해, 왜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 각자 연필, 지우개 들고 거실로 모이자~!!"

"네엥~"


상 위에 종이 한 장씩을 두고, 연필과 지우개를 들고 나온 아이들에게 종이 앞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향해 내가 말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과 아침/점심/저녁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먼저 정해볼 거야. 잠자는 시간은 학교 다닐 때처럼 10시에 자는 게 좋겠지? 어때?"

"응, 그게 좋을 것 같아, 엄마."

"그럼... 일어나는 건 몇 시에 일어날래? 언제가 좋겠어?"

나의 물음에 2호가 먼저 말을 했다.

"나는 7시! 일찍 일어나서 빨리 공부하고 놀래."

"아니 아니, 동생아- 그래도 방학이니까 7시 30분 하자."

"으응.. 그러까? 그래 7시 30분!"


아이들은 마냥 놀고 싶은 방학일 테지만 엄마는 학기 중에 시간이 부족해 넣지 못했던 종이학습지 분량을 늘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식사 시간과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정했으니 이제 학습 분량과 시간대를 조정할 차례다. 나는 아이들에게 방학 중에 진행할 종이 학습지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자, 여기 방학 동안 너희들이 할 종이학습지야. 기탄수학, 기탄국어, 하루 한 장 독해(국어), 하루 한 장 독해(과학), 술술 읽기, 바른 글씨 쓰기... 기탄수학/국어, 독해(국어), 바른 글씨는 공통이고, 독해 과학은 1호꺼 술술 읽기는 2호꺼!"

"으에??!! 뭐가 이렇게 많아요?"

"후엥~ 엄마 이거 너무 많잖아.."

"여기에 너희들 늘 하던 홈런 학습도 하는 거 알지?"

"아~~ 너무 많은데...."

방학이라고 좋아하던 아이들은 늘어난 학습량에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에헤이! 2호는 이제 3학년 되고, 1호는 6학년 되지? 공부량은 계속 늘어날 건데 이 정도는 꾸준히 해줘야 되는 거야. 종류가 많은 거지 분량을 보면 그리 많지 않아. 학습지 하나마다 얼마나 걸리는지 예상해 보고 시간 조절하면 돼. 그리고! 엄마가 내 준 학습 다 마치고 나면 저녁 식사 전까지 게임이든 유튜브든 마음껏 해. 어때?"

"진짜? 진짜지 엄마?"

"그럼 그럼~ 자자~ 이제 생활 계획표 마저 짜볼까?"


아이들은 생각보다 진지한 태도로 생활계획표를 기획했다. 과제가 많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얼마나 빨리 해치우고 놀 수 있을지 궁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시간 후 드디어 첫 번째 생활계획표가 완성되었다.


오전 7시 30분 일어나기, 이불 정리
오전 8시 아침 먹고 양치하기
오전 8시 30분 홈런(온리원) 학습하기
오전 10시 기탄수학/국어, 하루 한 장 독해(국어)
오후 12시 30분 점심 먹기
오후 2시 하루 한 장 독해(과학), 술술 읽기, 바른 글씨 쓰기
오후 4시 자유 시간 (게임, 유튜브)
오후 7시 저녁 먹기
오후 8시 30분 양치하고 독서
오후 9시 이불 펴기, 잘 준비
오후 10시 잠자기

*토요일, 일요일은 종이학습지 없음


계획표를 완성하고 보니 학교 다닐 때의 스케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일단 완성한 계획표대로 진행해 보고 수정이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기획해 보기로 했다. 이틀 뒤 아이들은 7시 30분에 일어나지 못했고, 학습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질 않았다. 그래도 일주일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아이들 스스로 계획표에 맞춰 생활하도록 독려했다.


일주일 뒤...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계획표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 아니면 좀 수정해야 할거 같아?"

"아.. 좀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엄마"

"맞아, 엄마 나는 공부 한꺼번에 다 하고 놀고 싶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아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우리는 다시 한번 생활 계획표를 기획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그냥 공책에 시간과 할 일을 적었다면 이번엔 좀 더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도표를 그리기로 했다. A4용지를 두 장 합쳐서 붙이고 그 위에 커다란 원을 그리고 24시간 표기로 시간을 표시해 줬다. 기획 순서는 처음과 동일하게 일어나는 시간, 잠자는 시간, 식사 시간을 먼저 채우기로 했다.


"자는 시간은 10시로 동일하게 하고, 일어나는 시간은 언제로 할까?"

"음... 한 8시..??"

1호가 대답하자 2호가 이어서 말한다.

"좋아, 8시! 아니다.. 8시 30분 어때 형아?"

"그래, 8시 30분 하자!"


아이들의 의견이 모이자 나는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표시하고 식사 시간 정하기로 넘어갔다.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졌으니 아침 먹는 시간과 점심 먹는 시간이 오전 8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으로 첫 번째 계획표보다 늦춰졌다. 저녁 먹는 시간은 오후 7시로 변동사항 없음이다. 다음으로 공부 시간과 노는 시간을 정하는데 30여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시간 정하기는 금방 했는데, 노는 시간 칸에 닌텐도 게임기를 서로 그려 넣겠다고 경쟁이 붙어서였다. 그렇게 경쟁하듯 그린 닌텐도 게임기를 나란히 붙이는 것으로 두 번째 생활 계획표 짜기가 끝이 났다.



과연, 이번 계획표는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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