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해자일까

by 미나미

나는 가스라이팅, 데이트 폭행 피해자였다
돈을 달라면 구해다 주고, 닥치라면 닥치고
때리면 그냥 묵묵히 맞고만 있었다
누가 알게 되면 나를 욕할까 봐 나를 못난이로 볼까 봐
어디다 말도 못 하고 그냥 꾹 참고 있었다
상대가 처음 내게 준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뒤늦게 내준 마음을 얼마나 더 내주어야 하는지 몰라
그냥 참아내며 이해하는 게 답인 줄만 알았다

네가 내 손을 먼저 잡고 어둠에서 빼주었다 생각에
다시 나를 더 깊은 어둠으로 끌고 들어가는데도
아직 마주 잡은 손만 바라본 채 나 혼자가 아님에
안도했다 바보같이. 나는 예견된 피해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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