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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 엄지 Sep 12. 2023

인도에서 변태(變態)

K-장녀가 돈과 시간의 자유를 찾는 법

한국에서 나님과 일확천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빠. 무슨 차 뽑아줄까? 찐부자만 타고 다닌다는 마이바흐?"

"... 아니, 나는 차는 아무 상관없어. 그냥... 기사를 붙여줘."

운전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남편의 대답이었다. 이렇게 둘이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의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이곳, 인도에서.



클랙션이 난무하고, 차선은 그냥 존재만 하는 인도에서 운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한인들은 대부분 기사와 차를 같이 고용하고 산다.  상반기까지 등하원을 위해 사를 고용했만 하반기부터는 딸이 스쿨버스를 타고 다녀 개인기사를 고용하지 않로 하였다.

이 결정의 전말은 이렇다.

우리 기사님은 전업 운전기사가 아니라 렌터카 사장님이었다. 이곳 마하라슈트라 주에서 제일 유명한 코끼리신인 'Ganesh 가네슈'이름으로 풍채 또한 그와 같은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처음 이곳에 온 나는 'served(시중 받는)'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저 한국에서처럼 스스로 재빨리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성격과 사장님인 기사 만났으니 주객 전도되는 건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잘못됐다 생각 들기 시작한 것은 조금 먼 시내로 나가자고  때"traffic(교통체증)"을 외치행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 착한 딸에서 착한 마담이 되고 싶었는지 그 뒤로 나는 나쁜 마담이 되기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파트 부지가 넓은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주차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게이트에서 나를 부른다든지, 내가 버젓이 차량을 이용하는 시간에 본인의 친구를 같이 태워 다닌다든지, 무거운 짐을 올려다 주지 않는다든지 등등 이곳 기사라면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을 내가 일일이 요구할 때까지 하지 않다.


나는 나대로 혼란스러웠다.

30 넘게 평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배왔던 나인데 하루아침에 '마담'이 돼버릴 수 없는 노릇이고, 경계에 다가갈수록 해도 되는 건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판단도 피곤했다. 도에서의 하루하루가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중이나 보다.


 어쩌다 교통체증이 심할 때면 기사는 한숨을 쉬었고, 멀리 시내를 나갈 때면 약속이 있다며 꼭 가야 하는 이유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명령조로 말하는 것은 나의 노동관과도 맞지 않았다. 전히 착한 마담이 되고 싶었나 보다.

결국 이 '인간관계'를 끊어내기로 했다. 직장에서고용관계가 아닌 사적영역으로 들어온 고용관계 나에게 더 이상 공적관계가 아니라  인간관계가 돼버리더라.


요즘 나는 택시를 타고 다닌다. 렌트 비용이 아까워 굳이 어딘가를 들러야 한다든지, 주말에도 꼭 어딘가를 가야 한다든지, 이용시간에 맞춰 쫓기듯 쇼핑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론 연장한다면 연장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소시민은 왠지 그 돈이 아깝더라. 요즘 교통 비용은 예전 쓰던 것의 3분의 1이다. 매번 달라지는 택시이기에 주차장에 내려달라, 이쪽으로 와달라 하는 요구를 당연히 하고 있다. 진정으로 나의 돈과 시간이 자유를 찾은 느낌이다.  능에서 떨쳐버릴 수 없는 착한 마담은 편의보다는 인간관계가 아직 더 버거운가 보다.



K-장녀의 특징을 학습한 순간부터 '착함'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 살배기 딸에게도 '착하다'말을 쓰지 않고, 누군가 딸에게 착하다는 말을 쓰면 그 뒤로 "착하지 않아도 돼"라는 귓속 해준다.

이곳에 온 뒤 외국인이라는 지위가, 익명성을 보장하는 듯, 손님으로서 언제든 돌아간다,라는 예견적 안정성이 있는지 '내 기준 나쁜 마담'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곳, 인도에서 나의 감정을 직시하고 불쾌한 감정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를 말로 잘 표현하는 법을 깨치고 갈 것이다. 귀임하면 K-장녀가 아닌 '호락호락하지 않은 장녀, 동료, 엄마'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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