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뜬금없는 메일 제목에 조금은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당역 근처에서 15년 만에 88학번 대학 동기 모임을 하셨었죠? 그날 옆 테이블에 앉았던 학생입니다.
사실은 그때 저희 테이블까지 계산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같이 있던 친구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기억나는 성함들과 정보를 조합하여 인터넷에 찾아보았습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이라고 하셨던가, MBC라고 하셨던가, 하면서요. 저희에게는 마치 라디오 사연같이 특별한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연락이 닿을 방법을 찾아보았던 것인데 우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랑 건배하셨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건강하고, 배려하고, 사랑하자며 살자는 건배사도요. 15년 만에 만나서 소란스럽다며 미안하다고 연신 양해를 구하셨지요. 사실 저희는 저렇게 많은 인원이 모였는데도 조용하고 점잖은 분위기여서 신기해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대학 졸업한 지 2년밖에 안되었는데 학교에서 밤새 같이 공부하고 술 마시러 나가고 하던 추억들이 희석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는 이야기를 벌써부터 하곤 합니다. 당시엔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친구들이었는데 이제는 누군가는 KTX를 타고 누군가는 연차를 써야만 겨우 모여서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라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모이셨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저희도 언젠가, 선생님들처럼 처음 보는 학생들에게도 기분 좋게 선뜻 베풀 줄 아는 어른들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살면서 꽤나 자주 그때 성균관대 88학번 선생님들께 방어회 얻어먹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날 정말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에게 이토록 신기하고 기분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세상이 생각보다 메마르고 차갑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까요? 그럴 때 저희는 초면의 이름 석자 모를 학생들에게도 흔쾌히 저녁을 사주시는 낭만적인 어른들도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힘내 보겠습니다.
이름 석자 모를 학생 중 한 명,
김민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