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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vis Jan 20. 2020

목표는 단 하나. 지구로 돌아간다.

SF 명작 <그래비티>를 보고

명성으로만 듣던 <그래비티>를 이제야 보았다. 보통 'SF영화 추천'이라고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의 포스팅에 언급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필자는 영화 감상을 딱 마치고 가장 처음 아쉬움의 감정이 먼저 들었다. 어떤 것이냐면 이것을 극장에서 아이맥스로 봤어야 했다는 아쉬움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액션이 없는 정통 SF는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느낄만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것도 없이 SF를 처음 접해도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포스터에 쓰여 있는 말 그대로이다. <그래비티>는 단순히 관람하는 영화가 아니라 배우 산드라 블록(라이언 스톤 박사 역)의 시선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체험되는 영화라고 해야 맞는 듯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압도적인 수준의 영상미이다. 아이맥스로 <인터스텔라>를 볼 때도 시각적인 부분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래비티>를 보자마자 <인터스텔라>가 시시하게 느껴질 만큼 엄청난 영상미에 압도되었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풍경, 잔해를 맞고 붕괴되는 허블 망원경의 모습, 다른 별들의 모습 등 모든 비주얼이 마치 영화로 하여금 관객이 진짜 우주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름답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글보다 몇 장의 사진을 제시하는 쪽이 더 빠를 듯하다. CG팀에 엄청난 노고에 많이 늦었지만 찬사를 보낸다.

             

두 번째는 극한의 긴장감이 지배하는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주인공 라이언의 심리 묘사이다. 허블 망원경의 붕괴 그로 인한 우주 표류에 대한 두려움, 외로움, 극적인 구출로 잠시 안도하나 싶더니 결국 모든 동료를 잃는 데서 오는 상실감과 슬픔, 외딴 우주에 아무도 없는 우주선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 무력감 등의 감정 묘사가 긴박하게 진행된다. 

때로는 라이언의 시선에서도 진행되는 영화는 관객이 끊임없이 라이언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진짜 우주에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감정이 이 영화를 관람되는 것이 아닌 체험되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후반 30분과 후반 30분에서 보이는 메시지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영화 전체에서 후반 30분이 특히 좋았다. 가까스로 우주 정거장의 소유즈에 타기는 했지만 연료가 바닥나 도저히 중국 우주 정거장까지 옮겨갈 수 없는 상황에서 라이언은 산소 장치를 꺼버리고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한다. 관객들도 영화에 최대로 몰입해 있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게 죽어가던 중 무의식 중에 나타난 코왈스키의 환영이 한 말.

If you decide to go, then you gotta just get on with it.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의 선택이야. 계속 가기로 했으면 그 결심을 따라야지.)

이 말이 탁 꽂히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아무리 방법이 없다 해도 한 번 가기로 결심한 것. 끝까지 그것을 따라가야 한다. 라이언에게 있어서는 지구로 가는 것. 코왈스키의 환영과 함께 라이언은 착륙도 발사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온 라이언이 힘겹게 '발을 땅에 디디는 장면'은 영화의 제목이 왜 '그래비티'인지 설명해준다. 우리가 평소에 신경도 안 쓰던 중력이란 존재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약간 지루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래비티>는 관객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이렇게까지 시각 효과가 뛰어난 우주 영화는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괜히 평론가들이 우주영화는 <그래비티>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시간이 오래 지나서 SF의 역사를 쭉 정리하다 보면 <그래비티>는 하나의 특이점으로 기억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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