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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vis Feb 13. 2019

VR 영화와 인터렉티브 컨텐츠의 등장

영화를 ‘보다’에서 ‘하다’로

영화는 일반적으로 영화관이라고 불리는 장소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보는 1시간 30분 이상의 장편 영상물을 의미한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면서 감독이 연출해놓은 스토리에 나오는 캐릭터들에게 열광하고 공감하다. 영화가 3D기술, 컴퓨터 그래픽, 아이맥스, 블록버스터 등 엄청난 기술과 자본이 투입되는 거대한 문화로 성장하면서도 위에서 언급한 영화의 기본적인 속성은 유지되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그 기본적인 속성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등장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데 영화관에 안 갈 수도 있고 의자에 앉지 말아야 할 수도 있고 감독이 의도한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VR영화와 인터렉티브 영화에서 우리는 영화를 ‘관람’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이다.

인터렉티브 영화는 전통영화와 다르게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커뮤니케이션 단절을 최소화하고 영화의 모든 스토리에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 영화를 의미한다. 인터렉티브 영화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동성과 휴대성을 가진 뉴미디어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두되기 시작한 분야이다. 인터렉티브 영화에서 관객은 기기를 통해 활발하게 스토리 속 인물들과 소통하고 중간중간 영화의 스토리를 결정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똑같은 영화인데 사람마다 각각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영화와 관객 간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주고 GPS, AR 등 뉴미디어가 구현할 수 있는 기능과 융합되어 전통영화를 능가하는 몰입감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고 그 존재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 위와 같은 장점을 갖고 있으나 스마트폰으로는 그 이론적 장점을 모두 구현하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관객들에게 전통영화의 가성비가 인터렉티브 영화의 가성비보다 높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인터렉티브 영화가 VR영화분야와 융합할 때 그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VR영화는 가상현실 플랫폼 안에서 상영되고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감상하는 영화를 의미한다. 아직 개념과 기술이 등장한지 얼마 안 된 탓인지 인터렉티브 영화와 VR영화가 함께 논의되는 사례는 없다. 하지만 VR영화와 인터렉티브 영화는 각각의 특성상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HMD를 착용함으로써 관객은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인물과 사건을 바로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컨텐츠에 따라서는 관객이 직접 어떤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스토리에 참여할 수도 있다. 전통 영화와 기존의 미디어로는 구현할 수 없는 극히 사실적인 몰입감을 VR영화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전통영화에서 사용되는 영화의 문법과 컨텐츠들을 가상현실 플랫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전통영화에서는 촬영 현장에 스태프가 배우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위치하지만 VR영화는 360도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촬영현장에 배우 이외의 사람이 존재하면 안된다. 그러므로 VR영화에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컨텐츠가 사용된다. 그 컨텐츠가 위에서 등장한 인터렉티브 영화가 될 수 있다.

만약 관객들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VR인터렉티브 영화 버전으로 본다고 상상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관객은 영화의 러닝 타임을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의 시점으로 더 많이 소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누군가는 아이언맨의 시점으로만, 누군가는 타노스의 시점으로만 또는 캡틴의 시점으로만 영화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영화에 참여한 이들의 후기는 마치 다른 영화를 본 사람들의 것처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특히, 토니 스타크와 캡틴은 영화 내에 접점이 없기 때문에 토니의 시점으로만 영화를 본 사람은 와칸다 전투장면을 볼 수 없을 것이고 캡틴의 시점으로만 영화를 본 사람은 타이탄 전투장면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면 영화가 상영된 이후에 훨씬 더 다양한 해석과 평가와 후기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캐릭터의 시점으로만 보다 보면 남들은 보지 못하는 그 캐릭터만의 매력을 볼 수 있을 수도 있고 그 캐릭터의 내면에 더 깊이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면 흥미롭지 않은가?


현재 기술은 VR영화가 가진 잠재력을 발현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HMD를 쓰고 사용자가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점이 대표적인 한계점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런 기술적인 문제는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판단하고 큰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지금 이쪽 업계의 청년들이 해야 하는 일은 큰 비전을 갖고 VR인터렉티브 영화에 어떤 컨텐츠가 적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나왔을 때 더 이상 앉아서 스크린만 쳐다보지 말고 능동적으로 직접 영화의 등장인물이 되는 상상을 해보자.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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