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넘나드는 인터널 트랜스퍼
사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캐나다 - 미국 간 인터널 트랜스퍼는 꽤 흔한 일이지만...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과정 일부를 기록합니다. 문서는 트랜스퍼 준비 중에 쓰기 시작했는데 글 쓰던 중에 벌써 이주한 지 세 달이 다되어 가는 관계로 시점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11년 된 서비스를 치우고 나니 팀이 안정되고 새로운 좋은 사람들이 팀에 들어왔다. 여전히 일은 크게 마음에 안 들지만 팀원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으로 이주를 고려하게 되었고 이 기회에 트랜스퍼도 함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이사를 하려면 미국에 있는 팀으로 옮겨야지만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그래서 될지 안 될지 모를 다이내믹한 인터널 트랜스퍼를 진행 중이고 그 과정을 좀 기록해 볼까 한다.
처음 캐나다에 왔던 것도 계획했던 일이 아니고 정말 어쩌다 오게 된 터라 이를 기회 삼아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을 쌓아 5-7년 후에는 다시 한국에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여기 와서 1년 정도 근무하면 미국으로 이주해서 근무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정된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미국의 다른 테크 회사도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소득의 차이도 좀 있고. 한국 갈 거면 정해진 시간에 많이 버는 게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 (실제 많이 벌어지는지는 다른 문제이긴 함)
사실 마음만 먹고 잘 준비하면 입사 1년이 지나고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긴 했다. 갈 거면 빨리 가는 게 비자나 소득 측면에서 유리하기도 했고. 고민이 됐던 부분은 사실 팀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었고 별 소득 없이 1년간 이도 저도 아닌 일을 하고 다른 팀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별 소득 없을때 떠났어야 했어!! ㅋ) 모바일은 첨 해보는데 기존 서비스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이슈들이 넘쳐났고 미래를 생각했을 때 경험하고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또 해외 생활에 힘겹게 적응하고 있는데 또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자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 캐나다는 미국과는 좀 분위기가 달라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고 환경도 좋아 확실히 살기 좋은 도시이긴 했다. 아직 팀의 일은 딱히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예전과는 달리 팀이 안정되기도 했고 여하튼 쉽게 움직이지 못한 이런저런 핑곗거리가 많았다.
작년 연말 아이가 생겼다. 올해 여름에 태어날 예정인데 이런 축복을 맞이하며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이사를 하면 최소 1년은 밴쿠버에 더 있어야 할 것 같고, 입사 2년이 되어 사이닝 보너스도 이제 끝나고. 어차피 미국을 갈 거면 출산 전에 미국을 가는 게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민과 출산과 새로운 팀, 이 세 가지를 과연 내가 동시에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걱정이 좀 크긴 했다. 그래서 팀을 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별문제 없이 새로운 환경에 랜딩을 잘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몇 가지 생각했던 조건들은 일단 운영 업무 (특히 온콜) 부담이 작은 팀이어야 했고, 팀 업무나 도메인이 엄청 재밌거나 좀 익숙하면 좋겠고, 아니면 지인이나 최소 한국인이 팀에 있어서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거나 (많은 팀에서 광고하는)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의 빠르게 성장 (== 높은 업무 강도?)하는 팀은 아니었으면 했다. 사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내가 너무 몸을 사리고 적당히 편한 곳을 찾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가정의 큰 변화를 맞이해야 하니 직장에선 최대한 모험을 줄이고 싶었다. 아직 영어에 대한 부담도 매우 크고 내 업무능력에 대한 한계도 많이 느끼기에 쉽게 다른 팀으로 마음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우선 시애틀에 근무하는 지인들 팀에 트랜스퍼를 좀 알아보았는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학연과 지연으로 팀을 옮기는 것은 일단 실패. 그리고 결국 위에서 나열한 조건을 만족하는 팀은 한 곳이라는 결론에 다 달았다. 바로 우리 팀 ㅋ
여기서는 매니저와 2주에 한 번씩 1:1 미팅을 하는데 나의 고민들을 솔직하게 말했다. 매니저는 우선 내가 이러 이런 걸 해주면 캐나다에 남겠니?라고 물었고 나는 거절했다. (사실 매니저 입장에서도 제시해 줄 수 있는게 많진 않았다.) 그럼 너는 계속 우리 팀과 일하고 싶니?라고 물었고 나는 일단은 yes라고 대답했지만 미국을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매니저는 그럼 너는 미국을 가긴 가야 하니깐 너는 일단 다른 팀을 알아보고 자기는 디렉터랑 이야기해서 나를 미국에 있는 팀으로 옮겨주고 리모트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둘 중에 빨리 성공하는 방법으로 미국으로 가는 방향을 잡자고 했다. 사실 트랜스퍼는 거의 결정되고 나서 팀에 통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 불이익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매니저가 나를 최대한 도와주는 방향으로 생각해줘서 고마웠다. 중간에 매니저에게 윗사람들 설득이 정말 가능할까?라고 내가 물어봤는데 그건 내가 할 일이니 너는 신경 쓰지 마 정도의 답변을 들었다. 나중에 미국에 와서 다른 팀 매니저와 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도와줬을 거라고, 그게 그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어쨌든 매니저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리모트 워크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 그의 보스와 그 보스의 보스의 동의를 받아왔고 비자가 빨리 마무리돼서 나는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매니저가 그의 매니저들을 설득할 때 그냥 갈 수 없으니 (우리 회사답게?) 여섯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문서를 만들었고 나와 함께 먼저 리뷰했다. 그 문서에는 내가 개인적 사유로 미국을 갈 계획이고, 현재 업무와 미국에 가서 하게 될 업무, 미국에 가게 되면 특별히 하기 좋은 업무 들을 나열했다.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어떤 장비들이 필요하고 (헤드셋, 콘퍼런스 마이크, 데스크 등등),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항상 온라인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밴쿠버에는 얼마나 자주 출장을 와서 팀과 sync를 하고 등등의 계획들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주하기 전에 집이나 다른 건물에서 한 달 정도 리모트로 일하는 1차 테스트 실행하고,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보완점을 찾은 후 그리고 실제 미국이로 이주, 그 후 세 달 정도를 리모트로 일하는 2차 테스트 실행하여 최종적으로 내가 우리 팀과 계속 일할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팀에서는 스프린트를 진행하면서 팀의 velocity 가 계속 측정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metric과 팀원들의 피드백, 팀장의 판단 등등 의사 결정에 사용될 data point들이 충분하다는데 동의했다. 이 모든 과정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것과 같은 접근 방법으로 매니저가 제안 했고 충분히 working 할 것 같았다.
비자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 다른 회사 오피스 건물에 책상을 하나 잡아서 몇 주간 리모트 워크를 했다. 생각보다 일은 할만했고 어려움은 많이 없었다. 나도 최대한 화상과 전화 통화로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했다. 미국에 와서 아이가 태어났고 아파트를 구해서 이사도 했다. 아파트를 찾는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결려서 벨뷰에서 한 달 정도 임시 숙소를 추가로 구해 지내기도 했는데 숙소 근처에 벨뷰 오피스가 있어서 한 달 정도는 거기서 근무하기도 했다. 리모트 워크가 점점 길어지면서 사실 문제점도 생기긴 했다. 사람들과 소통의 양이 점점 줄어들면서 내쪽에서 무언가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나 연락이 잘 되지 않을 때 혹시나 팀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어쩌나 맘고생을 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따라잡지 못하거나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 팀원들과 각각 1:1을 시작해서 오해를 풀거나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기에 자유도가 많이 높아지긴 했다. 가끔은 집에서 일하기도 하고 다른 오피스에서 회의나 교육을 듣고 앉아서 나머지 일을 하기도 한다. 회의는 최대한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고 있고 가끔 채팅으로만 만났던 사람들을 직접 보고 빠르게 회의나 의견 교환을 할 수 있게 됐다.
리모트 워크이긴 하지만 정해진 오피스가 있고 sister 팀들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 혼자서 떨어져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리모트 워크에 부정적이었는데 할만하다는 생각으로 점점 바뀌고 있고 이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와 별개로 미국에선 정말 기회가 많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좋은 교육이나 발표 세션들이 일주일에 가득하고 별 부담 없이 사내 이런저런 콘퍼런스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커리어 패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이를 가지고 우리 팀 매니저와 다른 팀 매니저들과도 간간히 이야기하고 있다. 상위 조직에서 내년도 계획을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있으니 사람들이 어떤 일들을 만들어 가려고 하는지 좀 더 빠르게 볼 수 있게 됐고 내년에는 조직의 목표 중에서 나의 커리어와 맞는 일들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마도 그에 대한 결론이 나면 계속 이 생활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설지 결론이 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