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가 크지 않다. 어깨도 좁은 편이고 안으로 말려 있다. 하체에 살이 많은 편이라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바지 핏이 못생겨진다. 나는 옷을 입으면 멋이 잘 안 나는 체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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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나는 신체적 결점 때문에 심각하게 괴로워했다. 옷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옷 핏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많은 친구들은 키도 크고 슬림해서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데, 나는 내 체형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느라 많이 고민해야 했다.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해서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보다 신체적 조건이 우월한 사람 앞에 서면 주눅이 들었고, 그런 날엔 내 신체를 혐오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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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결점으로 꾸준히 스트레스를 받던 대학교 3학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신체는 어떻게 바꿀 수 없다 치자. 그럼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때 나는 살이 많이 찐 상태였으므로, 우선은 살을 빼 보기로 했다. 뚱뚱한 사람이 살 빼면 옷 핏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니까.
타고난 신체는 어떻게 바꿀 수 없다 치자. 그럼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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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밥을 2공기씩 먹던 내가 밥을 반 공기로 줄이고, 아침저녁엔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먹었다. 처음 해보는 다이어트였고 야식과 술도 좋아했던 나였기에 실패와 요요를 자주 겪었다. 그런데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하면서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알게 되었고, 무리하지 않고 적절하게 식단을 조절하는 노하우를 깨닫게 되었다. 가끔은 나처럼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마음껏 먹어도 멋있는 체형을 유지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지만, 우선은 내 할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식단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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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후로 나는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고, 살이 좀 쪘다 싶으면 어렵지 않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섭취하던 음식물을, 영양과 칼로리를 가지고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맛을 즐기면서도 건강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기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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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때문에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거의 매일 가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한 덕분에 좁았던 등과 어깨가 조금씩 넓어져서 전보다 옷 핏이 확실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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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가 기대했던 효과 외에 추가로 얻은 효과도 있다. 정확한 자세로 무게를 드는 연습을 하면서 내 몸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 몸의 구조와 운동 원리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운동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운동을 생활화하는 건강한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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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결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다. 식단조절과 운동은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의 생활화라는 뜻밖의 성과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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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남들보다 못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좌절감과 억울함, 질투심을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 결점을 개선하는 행위는 나를 그 이전보다 성장시켰다. 장애물을 디딤돌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맛보게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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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밝힌 것 외에, 식단조절과 운동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신체적인 결점이 나에겐 아직 많다. 나는 결점을 발견할 때마다, 그래서 위축될 때마다 절망할 것이다. 나를 혐오하고 부모님을 원망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써봤던 사람이기에, 짧게 절망하고 긴 여행을 떠나 결국 희망 언저리에 도달할 것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결점이 많은 신체를 주셨지만, 극복할 의지도 함께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