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갈 수 있다면-1

그게 시작이었다-나를 찾는 여행

by 한희정

큰아들이 태어나고 6개월쯤 되었을 때 임산부 요가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과 교보문고에 간 적이 있다.

4명이 친하게 지냈는데 신기하게 보름 차이로 출산을 하게 되어 공통화제가 많았다.


교보문고에서 대여해 주는 유모차에 아이들을 각자 태우고, 유아, 아동 코너에서 그림책을 둘러보고 동화책도 읽어 주었다.

출산 후 처음 가는 대형서점에서 6개월밖에 안된 아들에게 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그림 카드를 하나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꽤 긴 줄에 서서 오른쪽을 보니 순위별 베스트셀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육아서 부분 상단에 "****** 대화법"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홀린 듯 대기 줄에 유모차를 잠깐 두고 뛰어가서 그 책을 집어 들고 왔다.

정신과 의사가 쓴 육아서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


사춘기 때 ‘나는 누구인가?’ ‘왜 태어났나?’ 뭐 그런 철학적인 질문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내가, 육아서를 통해 나를 만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 엄마하고는 안 하는 말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엄마한테 다 말한다고?'라며 의아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께는 죄송하지만, 엄마는 누구의 말을 들어줄 여유가 없으셨다.

살기 바빴고, 우리 삼 남매 공부시키고 먹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셨을 거다.

세월이 지나 나도 엄마가 되니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모든 것을 말해도 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는 아이가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컸다. 그런 무의식의 내 마음이 그 책을 사게 한 게 아닐까?

그 책을 시작으로 나는 1년을 꼬박 육아서를 읽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읽으려니 집중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스무 권 이상을 읽어냈다.

읽을 땐 좋지만 책을 덮고 나면 분명 잊어버리고 실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던 마음만큼이나 꾸준히 읽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을 넘어 나라는 사람을 탐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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