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갈 수 있다면-2

나보고 어쩌라고

by 한희정

시간이 흘러 아들이 16개월쯤 되었을 때다.

그 당시 전남편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부만 해도 힘든 시험인데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일까지 하며 밤낮으로 공부하고 일을 하던 시기였다.


육아서는 일반인이 쉽게 보도록 풀어놓은 책이니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인 내용 중에 아들과 관련된 내용을 남편에게 이야기할 때면 남편은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었기에 전문용어로 정리해 주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너도 교육대학원을 가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다.

아이를 맡기는 문제나 등록금 문제는 일단 합격하고 나서 해결해 보자 마음먹었다.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당연히 제안했으니 합격한다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마침 가을학기 모집 중이었고, 교육대학원에 합격했다.

합격을 했으니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그중에 가장 큰 문제는 등록금과 16개월 된 아들을 봐줄 사람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었다.


등록금 납부일은 하루 남았는데, 남편은 바쁘다고만 하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운전해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전화했다.


“나 교육대학원 합격했거든, 내일이 등록금 납부 마지막 날인데, 아무것도 준비한 거 없이 시간만 흐른 거 있지. 찬영이 맡길 곳도 못 찾았는데 말이야. 오빠는 자기 공부하느라 바쁘다고만 하고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대학원 가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 한 건, 도와주겠다는 거 아니야?”


그러자 그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대학원 왜 가려고 한 건데? “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돌아온 친구의 질문이 아주 뚜렷이 기억이 난다.


”아니 그래서 네가 가려는 이유가 뭐냐고?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대학원을 가려는 이유가 모두 ‘이렇다더라’ ‘그렇다더라.’라는 대답뿐이었나 보다.

그리고 그 친구가 대답을 못 하는 나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만약에 대학원을 가지 않더라도 너의 가지 않는 이유여야 할 거 같아. “


친구와 전화를 끊고, 나는 한참 동안 마트 주차장 차 안에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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