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갈 수 있다면-3

나는 누구인가?

by 한희정

‘네가 대학원을 가려는 이유가 뭐야?’


친구의 질문이 며칠 동안 내 안에 남아있었다.

물론 대학원 등록은 포기했다.

대학원보다 더 중요한 건 대책 없이 일을 진행한 나 자신을 좀 더 알아봐야 하는 거였다.

아이를 키우며 읽기 시작한 육아서에서 나를 보기 시작한 것이 대학원 사건 이후로 더 깊이 나에 대해 알고 싶어지게 했다.

그렇게 집 근처 성신여대에서 운영하는 가족상담센터에서 심리 검사를 받기로 했다.

오래된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쉽게 할 수 있는 MBTI 검사를 포함해 대여섯 가지의 검사를 받았다. 학창 시절에 했던 IQ 검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2주 후 결과를 듣기 위해 상담센터를 찾았다. 육아서를 읽으며 부모님, 특히 엄마에 대한 원망이 깊었다.

밝고 활동적으로 보였지만 외적, 내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교수님은 나에게 상담을 권했다.


요즘은 나라에서 하는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사업이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담 비용이 예나 지금이나 만만치 않다.

그래도 나는 알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지’,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말이다.

그러한 나만의 이유로 상담받기로 결정했다.


당시 남편은 일과 임용고시를 병행하고 있어서 바빴고, 친정엄마는 일하고 계셔서 엄마의 휴무일에 맞춰 상담 예약을 하고 친정엄마께는 육아 관련 강의를 매주 들으려고 한다고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드렸다.


‘엄마 때문이라고.’

‘엄마가 나를 잘 키우지 않았다고.’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게 되었다고.’

그땐 모든 화살이 엄마에게로 향해있었다.

그래서 상담을 받기 위해서 아이를 봐달라는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를 잘 키우고자 시작한 일이 나를 찾기 위한 여정과 함께 일어난 것이다.


매번 상담 시간은 늘 눈물바다였다.

상담은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었다.

외면하고 숨겨두었던 마음들을 꺼내야 했다.

그 마음에는 원망, 분노, 슬픔, 미움, 사랑, 그리움, 외로움이 있었다.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상담시간 1시간가량을 채우고도 다 말하지 못해서 어렵게 섹션을 마무리하곤 했다.

그렇게 나의 아이를 통해 내 안에 나를 만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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