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by 한희정

#41
유찬이는 입대하는 날 아빠와 가기로 했다. 물론 나도 너무 가고 싶지만 전 남편과 애들 행사에 함께 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처럼 되어버렸다. 이제는 나도 어색하고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애들도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애들 관련해서는 나와 소통해서 결정하면 좋은데 전 남편은 항상 아이들을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곤 했다. 이혼 초반에는 아이들의 문제는 나랑 소통하자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받아주지 않았고,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막상 입대하는 날 못 간다고 생각하니 괜히 심술이 났다. 그런 상황을 내가 만들어 놓고 심술은 왜 나는 건지. 그래도 훈련소 교육 마치고 하는 수료식이 있으니 수료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내일 아빠와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유찬이는 머리를 밀기 위해 미용실에 가고 나는 최근에 아들 둘 군대 보낸 언니의 조언을 듣고 감기약과 선크림 등 빠진 물품을 사러 나왔다.
살다 보니 아들이 군대를 가는 날이 왔다. 삶을 항상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처럼 적어도 우리 모자에겐 입대가 해치워야 되는 일이 아닌 잘 해냈다는 증표이며, 유찬이가 더욱더 성장하는 시간들이 될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다른 건 다 놓고 가도 신분증과 나라사랑카드를 꼭 챙겨야 한다. 서울역에서 KTX 9시 20분 기차다. 아빠와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에서 서울역까지 한 시간을 가야 한다. 막상 입소날이 되니 잠이 잘 안 와서 몇 시간 못 자고 일찍 일어났다. 기차 안에서 아침으로 먹을 김밥을 사고 계란을 삶았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유찬아, 너무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다치지 않게 아프지 않게 항상 몸 조심하고. 다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유찬이도 기분이 이상한지 “네”라는 말로 대답만 했다.


지하철역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역입구로 걸어갔다. 20년 끼고 산 게 아니었기에 처음으로 아이를 떼어 놓는 엄마와는 마음이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역 앞 입구에 도착해서 유찬이를 안아주었다. 큰 키를 구부정하게 하고는 머리를 내 어깨에 두며 내 등에 손을 댄다. 까까머리를 한 머리 뒤를 쓰다듬어주는데 눈물이 난다.


-잘 다녀와. 들어가기 전에 전화하고.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유찬이가 나를 본다.
유찬이 눈에도 눈물이 살짝 맺혔다. 하지만 괜찮은 듯 말한다.


-엄마, 잘 다녀올게요. 걱정 마세요.


맞잡은 손을 놓고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으며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멀어지는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차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은 눈물을 조금 더 흘렸다. 훈련소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고 싶지만, 괜찮다고 훈련소에 가서 내가 울고불고하면 유찬이 마음이 더 안 좋을 수도 었을 테니 잘 된 거라고 건강하게만 지내길 기도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잠을 설친 데다가 일찍 일어나 움직였는데 유찬이를 보내고 긴장이 풀렸는지 졸음이 쏟아졌다. 조금이라도 자야지 오후에 수업할 때 지장이 없을 거 같아서 침대에 누웠다.


***

헉헉헉
아직도 멀었나? 얼마나 더 뛰어야 하는 거야?
저기 훈련소 정문이 보인다.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입소식이 끝난 모양이다. 전남편과 대학동기가 나오는 게 보인다. 대학동기가 뛰어오는 나를 보고는 놀라서 묻는다.
“못 온다더니 어떻게 온 거야?”
“뛰어왔어! 유찬이 들어갔어?”
“이제 막 들어가긴 했는데...”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훈련소 안으로 들어간다. 난간 밑으로 애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들어가고 있다. 입대하는 아이들 웃통수만 보인다. 정신없이 유찬이를 찾는다. 저기 보인다.


“유찬아! 유찬아!”
유찬이가 줄에서 빠져나와 난간 가까로 와서 올려다본다.
“엄마 어떻게 왔어요?”
“집에서부터 뛰어 왔어. 너 들어가는 거 보고 싶어서.”


나는 놀라서 잠에서 깼다.



***

에필로그


오늘 자대배치 발표가 있는 날이다. 훈련소를 대구로 갔다고 하니 다들 훈련소 근처로 갈 확률이 높다고 했다. 유찬이는 100% 뺑뺑이로 결정된다고, 훈련소 위치랑 상관없이 어디든 될 수 있다고 했지만 대구에서보다 더 멀리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요즘은 자대배치 결과조차도 앱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아침에 오후 4시 이후 자대배치 결과확인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4시가 되자마자 앱에 들어가서 유찬이 정보를 넣고 결과를 기다린다.

‘OO사단’

바로 네이버로 위치를 검색했다.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의 부대였다. 경기도에 위치하며 집에서 차로 50분 거리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입에서는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나올 뿐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아직 훈련소에 있기 때문에 통화는 주말에나 할 수 있다. 제부 말로는 빽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라고까지 했다.

주말 오후, 유찬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자대배치 나왔어요.
-알아. OO사단이잖아.
-어떻게 알았어요?
-앱으로 확인하라고 문자까지 왔었어. 시간 되자마자 확인해 봤지. 근데 웬일이니 정말. 너무 행복해. 그날부터 매일 감사합니다만 연신 하는 중이야.
-그러니까요,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는 데라고까지 하더라고요. 올해 운을 여기에 다 썼나 봐요.
-이제부터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너무 잘 됐어.

요즘 군대가 군대냐고 하지만 요즘 군대도 군대다. 지금을 살고 있는 그들에겐 처음 겪는 일이니 힘들다고들 한다.
오랜만에 또래들과 한 공간에서 지내며 자신을 더 알아가고 있다. 물론 계급이 있고 자유가 없는 곳이니 답답하겠지만 분명 그 경험이 주는 지혜가 있을 것이다.

너를 가장 힘들게 했던 시간들이 앞으로 네가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될 거야.
건강하게 군복무 잘 마치고 너의 빛나는 미래를 응원한다.
여전히 군대에서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며 내 입을 막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너를 처음 만난 그날부터 단 하루도 사랑하지 않는 적이 없었어.
엄마는 늘 항상 네 편이고 너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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