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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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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09. 2024

가시랭이

아침편지

글모닝! 안개가 수북해요. 보드랍고 촉촉한 땅 위를 걷고 싶은 아침입니다. ^^ 잘 잤나요?


새벽은 물 한잔 떠다 매트 위로 엉덩이를 붙였어요. 쉴 새 없이 떠드는 생각 덕에 일요일임을 알았어요. 설렘이 깃듭니다. 이제 회사를 다니지 않는데도 여전해요.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엄지 손가락에 가시랭이가 올라서 있었어요. 원고를 살피다 고것을 발견했지요. 무심하게 뜯어낸 일이 화근이 됐어요. 새벽 요가하는데 손톱 사이 찢긴 부위가 아우성을 칩니다. 세심하게 다뤘어야 할 것을 성의 없이 뜯어버려서요. 말짱한 살점까지 떨어져 나간 셈이에요. 글을 쓸 적에만이 아니라, 온통 손을 쓰지 않는 일이 없네요. 새삼 두 손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가끔은 우리, 내쳐야 할 관계나 일이 있지요. 내 삶에 뒤엉켜 뜯어내기가 여간하지 않기도 해요. 계속해 눈에 거슬리기만 하면 좋아요. 된통 걸리면 뜯어내지 않아도 생 살이 같이 찢겨서요. 이러나저러나 아프긴 매한가질까요. 조심스레 고것만 잘라내면 좋을 텐데요.


실은 상처야 시간이 지나 나을 법합니다. 아이에게 종종 삶에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길 해요.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이 아니에요. 고통이 나쁘다는 생각, 고통을 피하려는 선택을 의심하라는 거죠. 어느 만큼은 받아들이고 나아가면 좋겠어요. 자처하는 고통과 비자발적인 고통을 말하자면 후자가 더 괴롭잖아요. 기왕에 찾아온 아픔이면 내가 선택했음을, 삶이 그러함을 알고 겸허하길 바라요.


최근 원고에 원고를 보태다 우울감이 잦았어요. 연약한 속살을 꺼내는 기분이면 이해하실까요. 감추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삶에 찾은 파도 중에도 큰 파도를 맞은 참이라서요. 물 먹은 얼굴 그대로 입을 열 수 없는 것과 같아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감감하게 써 내려갈 수 있을 텐데.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파도 아래로 가라앉아요. 이겨낼 수 없다는 생각은 몸 마음이 긴장하는 까닭이죠. 파도를 막으려고 섰다간 싸대기만 맞습니다. 날래고 담대하면 좋겠어요. 종잡으려기 보단 차분하게요.


세세하게 쓰려니 파도에 하얀 포말 앞에서 숨을 멈추게 돼요. 눈뜨지 못하니 두렵고 캄캄해요. 구부정한 허리를 곧게 펴보렵니다. 삶에 태도가 8할이니까요.


아침 먹고 아이들과 산책 다녀올게요.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저도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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