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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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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12. 2024

통증

아침편지

안녕요. 좋은 아침이에요. 침대방은 반만큼, 거실엔 활짝 창을 열고 잤어요. 겨울의 기억이 몸에 남아 쌀랑할 듯싶은데, 세수하는 느낌 정도예요. 개운하게 궁둥이를 붙여 명상했어요. 


무릎이 욱신거립니다. 어제 데굴데굴 구른 덕이예요. 아이와 밖에 킥보드를 타다 제대로 넘어졌어요. 아이 곁을 맴맴 도는 듯한 친구가 하나 있어요. 이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것 같았거든요.


"윤우야, 저기 00이 맞나?"

"어디?"

"오른편에 큰 나무 뒤에."


눈을 이쪽저쪽 돌리다 뚝, 소리와 함께 세상이 기울어집니다. 다음 장면은 가뭇없이 사라졌어요. 몇 초 지나지 않을 거예요. 지면에 부딪히고 알알한 다리를 매만집니다. 조그맣게 튀어나온 바닥 장식에 걸려 넘어졌더라고요. 유쾌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았어요. 차가 다닐 길이라 비켜주기 바빴어요.


"엄마 괜찮아??"


아이 말로는 엄마가 꽤나 포물선을 그렸다고요. 바로 바닥에 닿지 않았던 기분이긴 했어요. 희한하게 선명하지 않아요. 눈을 감았던 걸까요. 5년 전 즘 하얀 그렌져가 상어처럼 덮쳐왔던 기억이 났어요. 


속력이 낮아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요. 왼편으로 불쑥 나를 향해 돌진하는 차를 보았어요. '어어?'속에 떠들다 어느새 눈앞엔 연기가 폴폴 나는 장면입니다. 중간 과정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석 달이 넘었나 봅니다. 무르 읽기 분들을 새벽 6시경, 줌으로 초대하고 있어요. 스쾃을 하기로 약속해서요. 몸 상태에 따라 제가끔 체조를 하기도 하고요. 오늘이면 시큰거리는 무릎이라 몇 번을 하지 못했어요. 아프고야, 잃고 나야 무릎의 존재를 깨달아요. 책상 앞에 앉고 일어날 적에도 한번 더 아래를 의식해요. 살살 어루만지며 긴 호흡을 내쉬어 봅니다. 통증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요.


아픈 곳은 없으신가요? 한주의 절반이에요. 약을 먹거나 바르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오늘 한 번 즘은 이 몸을 감각하는 시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바람 없이 바라보는 때야말로, 우리가 이 몸을 사랑하는 순간이에요. 운동도 좋고 따듯한 물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요. 


도서관에 가렵니다. 읽고 쓰고 할게요. 점심은 집에 와서 먹으려고요. 오후엔 아이들 챙기며 일을 좀 해얄 것 같아요. 건강한 수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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