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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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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14. 2024

동그라미

아침편지

안녕요. 이곳은 구름이 많은 아침이에요. 보아하니 내일 토요일은 비가 내린다네요. 이제 6월 중반인데 한낮이면 30도가 넘어서지요. 내일은 한 김 식히려나요.


어제 딸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더라고요. 묵혔거나 얹힌 모양입니다. 옆에 두고 앉아 도란도란 나누다, 학교 급식 이야기로 이어졌어요. 평소 급식에 불만이 있더라고요. 뭐든 소스 없이 먹을 때가 많은 아이예요. 연어를 좋아하는데 간장조차 묻히지 않아요. 


"서연이 배가 왜 아플까, 학교 반찬은 뭐 먹었어?"

"맨 밥이랑 바나나 하나 먹었어."


반찬에 손도 안대는 날이 많은 것 같아요. 넙죽넙죽, 먹으면 좋겠다가도 단호한 딸을 이해해요. 몸을 위하자는 말이 들리지 않을 나이예요. 엄마 부탁이니 조금씩은 더 먹어달라고 말했어요. 대화는 어느새 학교 전반 생활로 확대돼서요.


"엄마 신기한 게, 하나씩은 문제가 있어. 급식이 맛없거나, 선생님이 싫거나, 반 친구가 별로거나."


아이는 전학생이에요. 그게 아니라도 학년이 올라가면 담임이 바뀌고 반 아이들이 달라지니까요. 서연이 말은 이래요. 다음은 선생님이 좋았으면, 해서 좋고 보니 급식이 별로래요. 급식이 맛있어져도 이번은 친구들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요.


딸에게 말했어요. "어딜 가도 문제가 있다마다. 살인 범죄는 물론이고 전쟁도 벌어지는 게 이곳 세상인걸." 학교 상황과 대비되설지, 아이가 쿡쿡거립니다. 아이 학교가 완벽할 수 있을까요? 평생 넉넉하게 자라 학업 성적마저 우수했던 지도자가 전쟁을 용인해요.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이들은 어떻고요.


"누가 널 해치려 들면 모를까, 그것 말고 학교에 문제들이라면 방법이 있어."


우리 손엔 색연필이 들려있다고 말했어요. 매일 어디에 동그라미를 치고 강조하는지 살피라고요. 칠하다 보면 자칫 다른 글이나 그림이 가려질 수 있어요. 불만할 것이 왜 없을까요. 문제가 많기도 많은 세상이 맞아요. 오늘을 내내 불평하라 해도 다 못할 겁니다. 숨이 끊어지는 때까지도요. 


모른 체하자는 거 아니에요. 개혁이 필요할 땐 과감하게요. 단지 내가 판단한 것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요. 내가 온통 칠해버려서 다른 진실이 가려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 나는 무엇에 집중하는가, 한 번 즘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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