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주로 쓰는 방어기제가 뭔가요?

저는 유머입니다. 하하하.

by 빙기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근데 어떤 상황에서는 분명히 가장 적응적이었던 내 모습이 다른 때에는 부적응적일 수 있어요. 우리 뇌가 생각하는 적응은 뭘까요? 살면서 내가 가장 덜 고통스러울 수 있는 방법으로 적응을 했는데 사회적 상황에서 그런 나의 모습이 계속해서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는다면 참 답답할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지만 다행히도, 우리 뇌는 말랑말랑하죠 (사실이자 비유입니다). 따라서 다시금 적응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제임스라는 아이가 있어요. 성은 김.. 이름은 제임스. 김제임스입니다. 멋진 이름이죠.


어릴 때부터 제임스에게는 회피를 사용하는 게 가장 쉬웠다고 가정하는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먼저 이 아이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한 상태로 자랐어요. 부모님이 문제를 항상 대신 해결해 주었다거나,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때 결과나 경험한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피드백이 부정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제임스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도 조금 어려웠어요.


그래서 크고 작은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제임스는 일단 토스트를 먹습니다. 우물우물. 입으로 들어가나 코로 들어가나 싶긴 하지만 일단 먹어요. 먹으면서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켰어요. 귀여운 강아지 영상을 봅니다. 추천 영상에 뜬 고양이도 귀엽네요. 고양이 영상도 봅니다. 그러니까, 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일을 해서 주의를 전환하려고 하네요. 남이 보면 쟤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싶을 수도 있는 이 과정은 제임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무의식적이고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나의 상황 등을 고려해서 일단 다른 일을 처리하자, 그 후에 다시 문제로 돌아와서 해결해 보자!

하는 것과는 또 다릅니다. 억제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면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할 일이 있어도 현재 가장 중요한 나의 일에 먼저 집중하기 위해 이를 억제해 두었다가 이후 다시 꺼내볼 수 있어요. 내가 실질적으로 가능한 시간에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 있겠죠. 설명을 통해서도 예상이 가능하겠지만, 억제는 회피보다 건설적이고 성숙한 방어기제에 해당합니다. 현재에 더욱 집중하자는 의도와 이후 다시 돌아와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회피를 주된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김제임스의 마음 한구석은 정말 불편합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심란해요. 그렇지만 당장 문제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요. 문제를 해결하다뇨? 그로부터 발생하는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져요. 제임스는 토스트를 다 먹고 홀린 듯 게임을 켰어요. 그렇게 하루가 흘러갑니다. 이런 식으로 많은 상황에 '회피'를 사용하다 보니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이전보다도 덜 들이게 됐어요. 문제 해결이라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사실 모든 일은 갑자기 잘하게 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죠. 하지만 제임스는 연습을 하지 못한 채로 성장했어요.


맙소사. 성인이 되니까 회피를 사용하면 그 여파가 상당해요. 어릴 때와는 달라요. 어릴 때는 회피를 이용해서 얻는 순간의 이득이 부정적인 결과보다 커서 꽤나 적응적이었는데, 지금은 이리저리 불려 가고 동료들은 저를 싫어해요. 제임스는 절망합니다. 이를 어쩌죠? 하지만 제대로 문제를 대하는 법은 아직도 모르는걸요.






엉성하게 조작된 저의 이야기에서 제임스는 주로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물론 그것만 쓰지는 않을 거예요. 방어기제의 종류는 다양하거든요. 또 회피를 주로 사용하게 된 이유도 제각각 일 겁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하니까요. 옳고 그름은 없지만, 미성숙한 방어기제만을 주로 사용하다 보면, 특히 책임이 큰 직책을 갖게 될수록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개인은 스스로 심리적 불편감을 크게 느낄 때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김제임스가 성인이 되어서 심리적 불편감을 크게 느꼈던 것처럼요. 그럼 그때부터 부적응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포인트는, 미성숙한 방어기제일지라도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결국 방어기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활성화되는 우리 뇌의 반응에 해당합니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어려움으로부터 우릴 지키기 위해서 나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중요해요. 물론 성숙한 방어기제로 꼽히는 억제나 유머 등등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면 좋겠지만, 개개인의 성장 과정과 주어진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은 다양할 수 있으니 우선 스스로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주된 방어기제, 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변화가 가능하니 괜찮습니다. 뇌는 최선을 다했어요. 쓰담쓰담. 귀여운 나의 뇌. 그 방어기제, 우리 인생의 어떤 시점에는 유용했을 겁니다. 그랬음 됐죠. 내가 지금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든 이해하고 수용해줍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 방어기제의 예시

부정: 현실을 부정하거나 불쾌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음.

투사: 내가 가진 불쾌한 감정이나 욕망을 (내가 갖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상이 되는 타인에게 돌려서 그 사람이 그런 욕망 또는 감정을 갖고 있다고 여김.

행동화: 감정이나 욕망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 등으로 표출함.

신체화: 불안, 스트레스, 무의식적인 갈등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물리적인 통증, 불쾌한 신체 감각, 피로감, 식욕 부진 등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출됨.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이 두통으로 나타나는 등.)


## 성숙한 방어기제의 예시

유머: 불안 또는 갈등 상황을 유머와 웃음을 통해 해소하려고 함.

승화: 불쾌한 욕망이나 감정을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창조적이고 건강한 활동으로 전환. (분노를 미술, 음악, 운동 등의 창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등.)

억제: 불쾌한 생각이나 감정을 의도적으로 무의식으로 밀어냄 (중요한 시험이 끝날 때까지 불안한 생각을 뒤로 미루는 등.)


### 이 외에도 다양한 방어기제의 종류와 정의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아래의 글을 참고해보세요:

나를 보호하는 무의식적 방법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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