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넌 할 수 있어. 감정표현? 할 수 있어.

나: ...아직 못하겠는데?

by 빙기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습을 해야겠지만요.


감정에 대해서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이전에 잘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감정언어에 많이 노출되고 감정을 표현했을 때 수용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감정이 더 자연스럽게 잘 와닿을 수 있겠죠.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몰라도 배우면 되는 게 인간이니까요. (참고로 저도 잘 못합니다.)


인간의 뇌는 변화에 민감합니다. 생애 초기, 우리가 세상이란 것에 막 노출되어 여러 가지 자극을 접하기 시작할 때. 내가 누구고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기 시작할 무렵 뇌 안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때 어떤 자극에 노출되는지에 따라 뇌 안에서 시냅스, 신경 회로, 더 단적으로는 새로운 길들이 연결되기 시작하죠. 완전 아기 때, 엄청 많이요. 그리고는 처음 연결된 그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길들 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가지치기가 이루어져요. 효율적이죠? 우리 뇌는 알면 알수록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인간의 뇌는 변화에 민감하다고 했죠. 쓰지 않는 길이 점점 사라져 간다면, 안 쓰다가 이제 막 쓰기 시작한 길은 더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잘 정돈된 포장도로처럼 이동이 쉽고, 빠르고, 간편해집니다.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했을 때는 생각만 많고 앞으로 가지도 못하다가 익숙해지면 아무 생각 없이 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저는 자전거를 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평생 못 타진 않을 거예요. 타기 시작하면 시간은 오래 걸려도 어쨌든 탈 수는 있게 될 겁니다. 이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죠. 우리 뇌가 그렇게 생겨먹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뇌를 사랑해서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요약하자면 언제든 다른 인풋을 받았을 때 이를 학습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우리의 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참 듬직하죠? 그렇기 때문에 뇌의 일부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도 어느 정도는 괜찮은 겁니다.


생각해 볼까요? 이럴 수가. 제게 사고가 났어요. 일어나 보니까 좌반구가 없다고요? 이제 저는 예전처럼 살기는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제가 아직 어리다면, 우반구가 사고가 나기 이전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좌반구의 빈자리를 일정 수준 채워줄 수 있을 거예요.


뇌가소성 (Brain plascticity)에 의해 손상되지 않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손상된 영역에서 원래 담당하고 있던 기능의 일부를 도맡아 해 줄 수 있습니다. 어때요 진짜 듬직하죠?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피아노 배워본 적 없다고 영원히 못 치는 게 아니듯, 뉴런끼리 새로 연결만 된다면, 또 그 연결이 탄탄해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우리 뇌는 참 귀여운 녀석입니다.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좋은 소식입니다! 이렇게 뇌가소성이라는 개념만 알고 있어도 희망이 생기거든요. 학습에 대한 장벽이 좀 줄어듭니다.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할 수 있고요. 우린 그걸 이용하면 됩니다. 쉽게 생각하자고요. 인생은 쉽게 생각할수록 진짜 쉬워집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뇌로 작동하는 인간들이니까요, 뇌만 제대로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더 쉽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럼 감정에 대해서도 가까워지면 됩니다. 지금은 어려워도 괜찮아요. 세상에 정말 다양한 감정 단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슬프다" 하나만 내 상태를 표현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눈물이 나도 단순히 슬퍼서 나는 게 아닐 수도 있어요. 감동받았거나, 정말 행복하거나, 상실을 경험했거나, 억울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특정 인물과의 대화로 인해 그날 밤 기분이 안 좋아졌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사람이 나의 정말 민감한 어떤 포인트를 헤집어 놓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럼 그 감정을 잘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대화에서 내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것부터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점점 더 파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겠죠? 나를 이해하려면 나의 감정을 아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러니 제일의 우선순위는 역시 감정이 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하나의 트릭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뇌를 다루는 트릭이요.


이번글의 소제목을 읽어보셨나요? 아무래도 전혀 기억 안 나시겠죠? 확인하고 오시기 귀찮을 테니 알려드리겠습니다.


못하겠는데?


라고 쓰여있어요. 그런데 그 앞에 '아직'이 붙어있습니다. 그냥 못한다고 하면 우린 정말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그 앞에 아직을 붙이면 노력하면 언젠가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못하는 상태라고 믿기 돼요. 목표하는 바가 있는데 달성하기 어렵다면, 나는 아직 이걸 못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언젠간 달성 가능한 것이라고 뇌를 속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뇌를 통한 학습과 변화가능성, 감정어휘에 집중해 보았는데요, 감정수용과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다룰 예정입니다.




감정 어휘가 궁금하다면 다음의 사이트를 참고해 보면 좋습니다 : 감정단어모음 (byus.net)


요약)

변화에 민감한 뇌: 시냅스와 뇌가소성?

감정어휘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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