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재밌거든요.
저는 심리학을 배우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정말 재밌으니까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심리학은 실용적입니다. 인간은 평생 자신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나를 모르면 되는 것이 없거든요.
다른 사람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경험상 별다른 이유 없이 짜증이 올라오거나 어쩐지 제 삶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건 정말로 이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뭐가 원인인지 의식적으로 정의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짜증 난다"는 감정으로 뭉뚱그리고 넘겨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제 기분이야 언짢고 스트레스를 받을지언정 파고 들어가 원인을 탐구하고 앉아있을 필요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모른 척 덮고 넘어가 버리는 편이 지금 이 순간 더 쉽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버립니다. 그러다 곧 답답해집니다.
아 왜 이렇게 되는 게 없어?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
물어봐야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나 스스로 생각해 보지 않으면 타인은 영원히 모르는 문제거든요.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가 가장 잘 헤아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의 전문가거든요. 아무리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난 들 저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겠죠. 누구나 자기 자신의 전문가이므로, 또 다른 전문가인 의료진과 개방을 통해 협업해야 치료가 수월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적응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론이 길었나요? 저는 앞서 말했다시피 심리학을 배우는 중입니다. 그런 제가 뭘 그렇게 잘 알겠나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 정도만 알아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배우는 과정을 통해 제 삶에는 매우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를 이해하기 시작하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제 감정을 이해하니 더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유 모를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으니 눈앞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두통을 비롯한 신체화 증상도 줄었습니다. 물론 심리학을 배운다고 뭐 갑자기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자기 이해는 단언컨대 삶을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굳이 심리학 전문가까지 가지 않아도 심리학을 배우기 시작한 석사, 박사 선생님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다 보면 여러 가지 이론이 오갑니다. 전공생이 아닌 분들과 만나서까지 이렇게 대화하게 되면 재수 없어 보일 텐데 정말 어쩌나 걱정될 정도예요. 농담입니다. 아무튼, 그런 걱정을 할 정도로 이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부적응적으로 행동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최근에 생긴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서 본인이 무엇을 느꼈고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어떤 점을 깨달았는지 등등 특정 환경에서의 나, 즉 자기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진행되기 어려운 주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그럼, 친구들은 또 이를 바탕으로 조언을 해줘요.
그래 너 그때 어떻게 느꼈어? 왜 그런 생각이 든 거 같아? 다른 상황에서는 어때? 그 사람이 이렇게 행동해서 너는 이런 느낌이었던 거야?
등등, 위와 같은 꼬리 질문이 돌아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날 더 성장하게 됩니다. 속이 좀 후련해져요. 아,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 식으로요.
그렇지만 심리학 조금 배운다고 무의식까지 다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리학자는 궁예가 아니거든요. 심리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의 수련과 그 과정에서 슈퍼비전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에 대한 분석 내용을 듣게 되는데 그 과정이 매우 괴롭고 힘들다고 해요.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되지만, 또 그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는 것입니다. 상처가 많은 사람에게 당신은 이런 상처가 있어서 이렇게 사고하고 반응하며 행동하네요,라고 갑작스럽게 던져버리면 무너져 버릴 수 있는 것처럼 분명히 단계별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제가 뭘 알겠나요. 고작 이 정도만 알아도 삶이 윤택해진다면 여기까지는! 자기 스스로와 가까워지면 좋겠죠. 상담사나 임상 전문가가 될 것이 아니라면요. 저는 자칭 심리학자이지, 심리 전문가가 아닙니다. 또 그런 저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탐구를 해왔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 잡다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계획적으로 사는 법부터 뇌과학에 대한 지식, 미래에 대한 저의 관점부터 불안하거나 감정이 요동칠 때 원인을 찾는 메타인지 분석법 등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어요. 비전문적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지만 또는 행복한 삶에 관심이 있지만 뭘 또 깊이 들어가 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제게는 도움이 됐거든요.
잡다한 지식이 모여서 일상을 덜커덩덜커덩 굴러가게만 해준다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배우려고 합니다.
그런 제 여정에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