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과 사례의 균형
HR을 둘러싼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할 때마다, 기업은 앞다퉈 관심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내/외부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주로 듣는 질문은 ‘HR Analytics의 성공사례’를 알려 주세요!’, ‘어느 업체와 하셨어요?’, ‘얼마 들었어요?’, ‘혼자 했어요?’였습니다.
저 위의 ‘HR Analytics’를 ‘OKR’, ‘상대평가제도’, ‘Agile’ 등으로 바꿔도 거의 비슷한 질문들이 쇄도할 것 같습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HR 분야의 신입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우리 회사의 상사들은 HR Analytics의 결과를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말을 매우 자주 듣습니다.
‘새로운 것의 도입 후 지속적인 시도’는 논외의 문제로 하고, 기업은 왜 타사의 성공사례 (Best practice)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 것일까요?
기업이 사회와 지속적인 상호 작용하는 개방 시스템 (Open system)의 일원이라는 사고에서 출발하면, 새로운 것이 출현하고 해당 사회의 Top player들이 이를 수용할 때 이러한 사실은 다른 기업들에게 일종의 Institution으로 작동합니다. ‘Mimetic logic’이라고 불리는 외력(外力)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op player들이 적용하는 새로운 것을 모방해 적용하고자 하는 강력한 압력을 느끼는 것이죠. 또, 기업의 행동은 불확실성을 꺼려하는데 Top player들의 행동과 그 결과는 ‘불확실성의 저감’을 보장하는 셈이 됩니다.
기업이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필요에 따라 새로운 것을 독자적으로 수용하고 적용하는 것에 앞서 타자의 성공 (혹은 실패)에 집중하며 학습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분들이 ‘Why’ 보다는 ‘What & How’를 물어보는 것에 집중하는 이유의 설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HR Analytics의 목적성이 (아직 공고하게 합의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한 HR의 현상 파악 및 의사결정의 준거점의 제시에 있다고 할 때, 기업 의사결정이 갖는 특징 중 하나인 ‘quasi resolution of conflict (갈등의 유사 해결)’이라는 점과는 괴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본질적으로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대증적 (증상만 해결하는)’인 해결에 집중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Why’ 보다 ‘What & How’에 더 끌리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HR Analytics와 같이 새로운 것을 조직 차원에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수용은 또 다른 측면입니다.
혁신과 변화의 수용을 다양한 이론들이 설명하고 있는데, 변화가 가지고 올 효용성이 변화에서 기인해 요구되는 비용보다 크다면 선뜻 수용할 것이지만, 저는 인간이 완벽히 합리적인 경제 주체가 아니라는 것에 100% 동의합니다.
그 효용성이 크더라도, 혹은 잘 못된 관행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쉽게 수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변화의 수용은 불확실성을 동반한 Risky decision 인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인 ‘Why’ 보다는 ‘What & How’가 변화가 가지고 올 득실을 계산하는데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 이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은 쉽게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Why’도 ‘What & How’도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상적인 모방이 되지 않으려면 공고한 ‘Why’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변화의 동인이 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선언에 불과해지는 ‘변화’와 ‘혁신’을 실재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행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HR Analytic를 했다 (해봤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했는가? 가 더 중요합니다. 분석 결과에 대해 “So What?”이라는 질문보다는 이제 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