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게 아니고, 그냥 묻어두자..
학교 4층 남자화장실에서 벌어진 수상한 사건! 변기에 휴지를 통째로 넣어버리는 범인이 나타났다. 학교 전체가 발칵 뒤집힌 상황. 하지만 아무도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등장한 6학년 교실 탐정단!
“이번 사건, 우리가 해결하겠습니다.”
교실 탐정단은 마치 진짜 탐정처럼 교내 수사에 돌입했다. 그들은 화장실 주변을 예의주시하며 범인의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았다. 탐정단의 주요 임무는 다음과 같았다.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학생 감시
물에 뭔가 ‘풍덩’ 하는 수상한 소리를 내는 학생 포착
스파이더맨 실내화를 신은 용의자를 집중 탐색
이 탐정단의 눈썰미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은 복도에 걸린 각 반 학생들의 사진을 일일이 대조하며 수상한 행동을 했던 학생들의 특징을 꼼꼼히 기록했다. 심지어, 사진 속 용의자 2명이 드디어 좁혀졌다.
"3학년 4반 사진 속에 있던 그 둘이 맞다!"
탐정단이 사건 해결의 마지막 열쇠를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그제서야 우리 반도 의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선생님, 잠시만요. 확인할 게 있습니다.”
6학년 탐정단이 우리 교실에 들이닥쳤다.
아이들이 소요하지 않게 나만 복도로 나가 탐정단의 수사 내용을 들었다. 믿을 수 없었다. 용의자는 우리 반이었다. 문제의 스파이더맨 실내화의 주인이 바로 우리 반 남학생이었다니...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확인은 잔인할 만큼 정확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아이의 실내화가 내 눈에 들어왔다. 스파이더맨 실내화. 딱 봐도 맞았다. 더 충격적인 건 그 옆에서 조용히 있던 그의 짝꿍, 민재였다.
사건의 실체가 거의 밝혀졌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스파이더맨 실내화의 주인공 어머니는 학교에서 유명한 예민한 학부모였다. 작은 오해만으로도 “아동학대!”라는 단어를 꺼낼 만큼 날카로운 캐릭터.
“정황만으로 이 아이를 몰아붙일 수는 없어.”
내 판단은 신중해야 했다. 이 사건을 크게 키우는 대신, 조용히 묻자. 아니, 묻는 게 아니라 묻어두자.
초범이니 지금부터 잘 지도하면 된다. 나와 두 아이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탐정단이 아무리 날카로운 눈으로 수사를 이어가도, 다시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덮일 것이다.
결국, 나는 조용히 사건을 수습하고 아이들을 따로 불러 지도하기로 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느끼되,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며…
한편, 탐정단의 철저하고도 치밀한 수사력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 녀석들, 탐정 드라마를 찍어도 되겠는데?”
비록 교실 탐정단의 작전은 나를 식은땀 나게 만들었지만, 그들의 열정 덕분에 교실은 오늘도 흥미진진하고 특별했다.
화장실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이 교실에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질 것이다.
다음 번에는 어떤 사건이 터질까? 생각만 해도 심란다하다.
“교실이란 참, 흥미로운 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