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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코끼리와 슬픔의 방

푸른방에 감춰진 비밀

by 두유진


하루와 미오는 화실에서 특별한 그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캔버스 속에는 커다란 푸른 코끼리가 어두운 방 한가운데 웅크리고 있었어요. 방은 희미한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코끼리의 눈에서는 맑은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저 코끼리는 왜 이렇게 슬퍼 보일까?” 미오가 속삭였고, 하루는 코끼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들은 그림에 손을 대자, 빛나는 푸른 파장이 그들을 감싸며 캔버스 속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눈을 떠보니 푸른 방 한가운데, 코끼리 앞에 서 있었습니다.


푸른 코끼리는 그들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긴 왜 온 거지? 난 혼자 있고 싶어.”


하루는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슬퍼하고 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코끼리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습니다.

“오래전 나는 밝고 찬란한 색을 가진 코끼리였어. 내 몸은 푸른빛과 은은한 흰빛으로 빛났지. 그런데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나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내 색깔도 점점 사라져 버렸어. 이제 나는 이 방에 갇혀,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어.”


미오가 방을 둘러보다가 벽 구석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오래된 일기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일기장 속에는 코끼리의 친구들이 남긴 따뜻한 글들이 적혀 있었어요.

“코끼리야, 네 푸른빛은 우리를 항상 행복하게 해.”

“네가 있어서 우리가 빛날 수 있었어. 넌 잊히지 않을 거야.”


하루는 일기장을 코끼리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건 네 친구들이 남긴 마음이야. 네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색깔은 사실 네 안에 아직 남아 있었던 거야.”


코끼리는 일기장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눈물이 방을 따뜻한 푸른빛으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코끼리의 눈물이 방 안으로 흘러내리자, 그 방은 점점 밝고 따뜻한 푸른빛으로 변해갔습니다. 코끼리의 몸에도 잃어버렸던 푸른빛과 은은한 색깔이 돌아오기 시작했죠.


코끼리는 감격하며 말했습니다.

“너희 덕분에 내가 잊고 있었던 내 빛을 다시 찾았어. 이 방도 더 이상 슬픔의 방이 아니야. 이제는 희망의 방이 되었어.”


미오와 하루는 웃으며 코끼리와 함께 방을 가득 채운 푸른빛을 바라보았습니다.

“네가 가진 푸른빛은 정말 아름다워. 잊지 마, 너는 혼자가 아니야.”


코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습니다.

“내 빛을 다시 잃지 않도록, 그리고 내가 가진 이 색깔로 다른 누군가를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할게.”



하루와 미오는 다시 화실로 돌아왔을 때, 캔버스 속 푸른 코끼리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림 속 방은 회색빛이 아니었습니다. 방 안은 따뜻한 푸른빛으로 가득했고, 코끼리의 눈에는 더 이상 눈물이 없었죠.


미오가 캔버스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슬픔도 결국 우리가 빛을 되찾을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구나.”

하루도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맞아, 그리고 우리가 함께라면 어떤 빛도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푸른 코끼리와 슬픔의 방은 더 이상 슬픔이 머무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빛을 되찾고, 새로운 희망을 시작하는 공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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