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골목의 아침은 기계음 섞인 소란으로 문을 연다. 낡은 원룸과 무채색 공업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 한복판.
주변의 소음을 툭 끊어내듯 서 있는 무뚝뚝한 관공서 건물. 나는 매일 아침 골목 가득 고인 칼칼한 공기를 뚫고 사무실로 향한다.
이곳은 누군가의 갱생을 논하기엔 지나치게 비릿한 쇠 냄새가 일상인 곳이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종이컵의 뜨끈한 온기. 출근길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러 사 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할 유일한 연료다. 자리에 앉아 뚜껑을 열면 쌉싸름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한 모금 마시며 모니터를 켠다. 전산 화면 위로 내가 짊어진 150명의 삶이 빽빽한 리스트가 되어 시야를 채운다.
사실 사람들은 보호관찰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범죄자를 감시하는 무서운 사람이나 서슬 퍼런 감시자로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진짜 얼굴은 매일 산더미 같은 기록을 훑으며 타인의 구구절절한 비루함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평범한 직장인의 피로에 가깝다.
‘오늘은 또 누가 출석을 피할까.’
‘누가 또 사고를 쳤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열면, 커피가 식어질 때쯤 누군가는 내 앞에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거나 억울하다며 끈질긴 실랑이를 벌일 것이다.
내 앞에는 오늘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제발 사고 치지 말고 잘 좀 지내봅시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는 이 간절함과, “이번에도 뻔한 거짓말이겠지”라며 날을 세우는 서늘한 의심 사이에서 나는 매일 줄타기를 한다.
교묘하게 법의 허점을 따지며 민원을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자부터, 옷깃에 술 냄새를 묻히고 들어와 무력하게 버티는 자까지. 그들의 속내를 하나하나 파헤치다 보면 퇴근 시간도 전인데 어깨 위에는 납덩이 같은 무게가 내려앉는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여기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저 계단 끝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들의 손목을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창밖으로 다시 덜컹거리는 기계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다시 그 비루하고도 처절한 속사정의 늪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갈 시간이다.
우리 곁의 불편한 이웃들에 대한 낯선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례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철저히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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