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월요일, 나의 개명 사건이 법원에 접수됐다. 이제 허가가 나기까지 약 두 달 정도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사실 이렇게 빨리 접수될 줄은 몰랐어서, 법무법인으로부터 사건번호를 받고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사건번호라니! 평소에 잘 접하지 않는 단어니까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내가 법적으로 무언가 달라질 수 있는 그 기로에 서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저지르기 전에는 이래도 괜찮나 생각했는데, 막상 저지르고 나니까 더 빨리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단 며칠 지났을 뿐인데 판결이 언제 나오나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잠시 잊고 지내다 보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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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병원 진료 때 개명 신청을 했고 사건이 접수됐음을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이제 뭐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지 물으셨다. 아직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니까, 허가받으면 그때부터 새 이름으로 불러주시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본인과 병원 직원분들도 적응이 필요하겠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워낙 많이 불러드렸던 이름이라...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자주 오시는 분이 없었기 때문에"라고 하시는데 갑자기 문득,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았던 공간에서, 선생님과 울고 웃으며 대화하던 순간들이 전부 떠올랐다.
김마음 님이, 김마음 님은, 김마음 님을... 진료 중에 수도 없이 불렸던 이름이다. 사실 아마도 이 이름으로 불려서 좋았다기보다는, 나를 이해하고 따스함을 주는 사람이 불러주는 거라서 그냥 좋았던 거일 거다. 그런데 나는 마치 이 공간에서의 추억을 일부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잠시 마음이 시렸다.
앞으로 이런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오겠지. 아마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때에,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물건 하나에, 또는 갑자기 떠오르는 누군가 때문에 가슴 시려지는 순간들이 잦아질 거다. 삼십오 년 간 나를 세상과 이어줬던 이름이니까, 얼마나 많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을까. 아직 가늠도 잘 안 된다.
서서히 이 이름과 작별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담담히 안녕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세상의 이치다. 너무 슬퍼하지 말 것.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