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개구리 라디오 카세트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함

by 마인드 오아시스
레트로 감성 개구리 카세트

어릴 적 부모님은 족발 장사를 하셨다.

(초등학교 3학년~6학년까지)


1층에는 가게가 3층에는 엄마, 아빠, 언니, 나 이렇게 우리 4인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 있었다.

언니와 나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갔다가 곧장

족발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도 하고 숙제도 하고,

가게가 바쁠 때면 고사리 손으로 가게 일을 돕다가

(상추 씻는 일, 쌈장 일회용 용기에 담는 일)

초저녁이 되면 엄마는 우리를 3층으로 올려 보내셨다.


새벽 장사를 하시는 부모님은 늦게까지 가게를

비울 수 없었기에 언니와 나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잠이 들곤 했었다. 어른 없이 적막한 집에서

자려고 하니 무서움에 언니와 나는 잠들기 전

라디오를 항상 틀었다.

(초등학생인 언니에게 의지하기에 언니도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됐다. )


(라디오 속에서 흘러나오는 DJ의 편안한 말투와, 자장가를 불러주는 듯한 노래로 안정감을 찾으려는 이유였을까?)


라디오 카세트는 양쪽으로 볼륨 등 을 조절 할 수 있는 동그랗게 달린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마치 양쪽에 눈알이 튀어나온 개구리의 형상을 띄고 있는 듯해 보여서 언니와 나는 개구리 카세트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실제로도 개구리 카세트 이기도 하다.)


우리가 매일 듣는 라디오 코너 이름은

[별이 빚 나는 밤] 이였다.


청취자들의 사연을 듣고 언니와 나는 까르르

웃기도 했다가 어느 날은 슬프기도 했다가, 어른들의 생각과 고민을 들으며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배우게 되었다.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노래에도 흥얼거리며

같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5학년 8월 여름방학을 한창 즐기는 한 여름밤 어느 날.

우리는 잠자리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은 폭염으로, 밤중에도 유독 심하게 더웠는데 언니와 나는 날씨 탓에 불쾌지수도 올라가면서,

시원한 선풍기를 독차지하기 위해 다퉜다.


회전으로 설정하여 사이좋게 바람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서로의 욕심으로 인하여 싸웠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옆에 세워져 있던 기다란 스탠드 조명이 넘어지면서 개구리 카세트가 박살이 났다.


순간, 언니와 나는 1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언니는 엄마한테 새것으로 사달라고 하자고

나를 달랬지만, 나는 어린 마음에 펑펑 울었다.

어린 마음에도 느낄 수 있었다. 가령 똑같이 생긴

키세트 일지라도 대체할 수 없었던 것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개구리 라디오 카세트와 함께

울고 웃으며 그렇게 언니와 추억을 쌓으며, 다채로운 아름다운 색깔이 되어 카세트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개구리 카세트 만의 "특별함" 이 녹아있었고,

그 특별함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물건의 단어만 생각해도,

그 단어의 출발로 수많은 기억들을 연결 지어 미소

짓게 만듭니다.

그때의 환경, 느낌, 행동, 분위기 모든 것이 생생해지죠


또한, 개구리 카세트는 몇 년 동안 매일 같이 나와 함께 했기에 당연함 속에 감사함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함은 사람한테서만 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에게도 감사하고,

-화사함과 행복을 주는 계절별 꽃들에게도 감사하고,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바람에게도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감사합니다.


우리는 감사함 투성인 존재입니다.

지금, 떠오르는 감사함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