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주부의 편지

#14 매일 스쳐 지나가던 순간이 낭만이 될 때 : 낭만의 무도회장

by 마인드 오아시스

“기술직이면 좋겠고, 성실하면서도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마음만 있으면 돼.”


엄마가 사윗감에게 바라는 단순하지만

간절한 조건이었다.

그 절실한 바람이 어딘가 닿았던 걸까,

나는 결국 기술직에 종사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행복은 그저 순간순간을

사랑하는 일이다.”

- 해류시화


엄마는 언제나 잔소리꾼이었다.


“늦게 다니지 마라.”

“길을 걸을 때는 핸드폰을 보지 말아라.”

“치마는 너무 짧게 입지 마라.”


그녀는 내 하루하루의

행동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며,

그야말로 프로 참견러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때의 잔소리가 문득 그리워진다.


그땐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냈다.

심지어 양손으로 귀를 막아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알겠다.

엄마의 잔소리는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다정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내가 지름길을 택하려 할 때마다,

그녀는 부드럽게 다시 길을 잡아주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힘겹고 고단했던 그 잔소리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낭만의 무도회장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는 듯한,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변했다.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우리 삶은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당연함’에 속아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기 쉽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나누는 저녁 한 끼,

바쁜 와중에도 잠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그리고 타인의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일상의 기쁨이자 진짜 낭만이다.


오늘, 바쁘고 건조한 일상에 잠시 멈춰 서서

낭만의 무도회장 문을 조심스레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


그 문 너머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