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르그리트 뒤라스, <부영사>
뒤라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마치 새로운 지평을 발견한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녀의 대표작인 《연인》은 나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고, 《부영사》라는 작품의 제목은 낯설지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충분했다. 작품을 완독 후, 나는 마치 혼돈의 꿈에서 방금 깨어난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 작품이 독자에게 난해함을 주는 이유는 바로, 걸인 소녀, 부영사, 대사 부인이라는 세 주인공의 운명이 얽히고설킨 구조 때문이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갑작스레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서로 연관성 없는 내용이 얽혀 흘러간다. 옮긴이 최윤은 그의 해설에서 "이들 인물 사이에는 표면적인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지만, 이야기의 뼈대가 그들을 하나로 엮고 있다. 작품 속 혼돈 가운데서 질서를 찾아내고, 서로 다른 인물들 사이의 본질적인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독자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독자로서 이 역할을 수행해보니, 이 세 인물이 공통으로 겪는 결핍과 상실, 그리고 깊은 고독함이라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걸인 소녀는 가족에게 버림받았고, 자신의 아이마저 버렸다. 부영사는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버림받았지만, 유일하게 고모와는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유망한 피아니스트였던 대사 부인은 남편을 따라 세계 곳곳을 떠돌며, 자신과 연결된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한 존재로 변해버렸다. 이들은 모두 마치 존재감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작품 속의 '철책'은 인종과 계급의 격리와 차별을 상징하는 중대한 기호로 해석되었다. 철책의 바깥에 있는 걸인 소녀, 철책 안의 대사 부인, 그리고 철책을 향해 나아가는 부영사.
이들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철책의 내외부와 연결되며,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점을 형성한다.
인도차이나라는 무대는 존재적 고통이 깊게 뿌리박힌 공간으로 여겨졌다. 상실과 파괴, 광기, 무관심 등 인간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또한, 모호한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마지막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조각나고 파편화된 언어, 욕망, 광기, 사랑 등의 주제는 뒤라스가 일생을 걸쳐 추구해 온 세계관이자,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적 특성을 나타낸다. 작가의 세계관과 배경,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