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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pr 01. 2020

팬데믹 시대의 의사결정

송현주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져 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전례 없는 전염병의 시대


최근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대략적인 바이러스의 역사는 12,0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Wikipedia, 2020). 신석기시대 이후 인간이 모여 정착 생활을 하면서 바이러스가 보다 빠르게 퍼지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다. 현대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항공산업 발달로 인해 전 세계 어디든 왕복이 가능한 말 그대로 ‘글로벌’ 시대이다. 이러한 활발한 전 세계인의 국가 간 왕복이 불행하게도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하겠다.


현재 각 나라들은 열려 있던 국경의 문을 걸어 잠그고 심지어 자국의 특정 도시를 폐쇄하는 극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전 세계가 말 그대로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이 속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누구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사용할 매뉴얼이 없는 것이다. 매뉴얼은 물론이거니와 참조할 정확한 선례도 없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사결정자는 최선을 다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의사들이 감염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었다. 17세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복장이다. 지팡이는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을 것이다.

최후통첩 게임과 자존감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은 실험경제학의 방법론으로 사용되는 매우 유명한 의사결정게임이다. 단순히 숫자상의 계산에 의해서만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인간의 속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당장 눈앞에 이익이 보여도 소위 ‘배알이 꼴리면’ 손해가 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Paz 등은 최후통첩 게임 과정에서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이 자존감이 높은 여성에 비해 게임 상대에게 더 많은 분노 반응을 보였다고 하였다(Paz et al., 2017). 이들의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대인관계 의존도가 낮다고 간주되는 남성 참가자들은 최후통첩 게임에서 자존감 수준에 따른 대인관계 정서 반응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성별 차이는 연구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어쨌든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국경을 폐쇄할 것인가? 개학을 연기할 것인가? 특정 도시를 폐쇄할 것인가? 종교집회를 금지할 것인가? 통상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외부에서도 동일한 양식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보이는 의사결정 과정을 현 상황에 맞게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국경 폐쇄의 문제에서 A라는 나라가 국경 폐쇄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20% 정도이고 국경 폐쇄를 하지 않을 때 얻을 이익은 0%라고 해 보자. 수치상으로 보면 국경 폐쇄를 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최후통첩 게임 결과에 따르면 20% 정도의 이익(물론, 여기에서 20% 이익은 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자존심 상하는 매우 적은 이익을 의미한다)을 얻기보다는 명예와 같은 다른 이유로 인해 실제 이익을 버리는 결정을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어떤 결정이 더 좋은 결정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분노와 혼란을 넘어서는 합리성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 한류를 타고 있는 것 같다. 바이러스의 예측불가성으로 인해 현재 코로나 한류에 대해 어떤 예측도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의사결정을 맡고 있는 집단에서 어떠한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현재 우리 국민들이 어떤 의사결정 결과에 대해 상대적으로 분노 반응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실제 상황을 해결하는데 더욱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평생 모든 재산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낮추고 마스크를 나누는 등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에 공감하고 양보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한국심리학회 중심으로 조직된 코로나19 특별위원회에서 각 분과의 1급에 해당하는 전문가에 한해 신청자격을 제한했음에도 공지 2~3일 만에 2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신청을 마쳤다.


역으로 추론해 보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고 그 결정에 대해 분노와 혼란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이타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국민의 건강한 자존감의 반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마음과 육체를 더욱 성심껏 돌보는 시간들로 채워야 할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이 시기를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 보자. mind


    <참고문헌>  

Paz V, Nicolaisen-Sobesky E, Collado E, Horta S, Rey C, Rivero M, Berriolo P, Díaz M, Otón M, Pérez A, Fernández-Theoduloz G, Cabana Á, Gradin VB.(2017). Effect of self-esteem on social interactions during the Ultimatum Game. Psychiatry Research ,252, 247-255.

Wikipedia contributors. (2020, March 15). Social history of viruses. In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Retrieved 12:54, March 16, 2020, from https://en.wikipedia.org/w/index.php?title=Social_history_of_viruses&oldid=945683357


송현주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학 주제 중 조현병 환자의 회귀억제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하고 gamification을 활용한 조현병 위험집단에 대한 인지재활치료로 박사후 과정을 하였다. 현재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특수치료 전문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에 중심을 두고 신경과학을 융합하는 연구에 주요 관심을 두고 있으며 주의력, 실행기능, 인지조절력과 정신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신장애의 조기진단과 치료적 책략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앱기반 아동 청소년 대상 일차 심리평가 게임 '코콘'을 개발하였고 가상현실을 활용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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