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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pr 16. 2020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가?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우리는 실패보다 성공에서, 그리고 남의 실패에서 배움을 얻는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교훈을 얻을 기회라고 이야기하며,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격언으로 우리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부추깁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Eskreis-Winkle & Fishbach, 2019). 개인의 실패 경험은 학습 능력을 훼손시키고, 오히려 성공 경험을 했을 때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신념의 배신은 실망감을 넘어 당혹감마저 들게 합니다. 가뜩이나 실패한 것도 서러운데, 왜 실패 경험은 우리가 교훈을 얻을 기회를 저버리게 만드는 걸까요?


실패 경험보다는 성공 경험에서 배운다


연구자들은 실패의 반전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몇 개의 실험을 시도하였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실제 직장환경에서 업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있는 퀴즈를 냈고, 성공 조건에서는 본인이 선택한 답이 맞았다는 피드백과 함께 왜 그 선택지가 옳은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반면 실패 조건에서는 선택한 답이 틀렸다는 피드백과 함께 왜 그 선택지가 틀렸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여 정답에 대한 추론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후 다음 퀴즈에 대한 정답률을 측정하여 어느 조건의 참여자들이 정답률이 높은 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성공 경험을 했을 때 사람들은 피드백을 더 잘 반영하여 이후 퀴즈에 대한 정답률을 높였지만, 실패 경험을 했을 때 사람들은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아 이후 퀴즈에 대한 정답률이 낮아졌습니다. 즉, 사람들은 실패 경험보다 성공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후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실패를 통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는 것이 없을까요?

이카루스는 자신의 실패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Pieter Bruegel the Elder (1525/30~1569)

반면교사: 남의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남의 실패에서는 교훈을 얻는 경향성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패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 ‘자아에 대한 위협(Self Threat)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다시 말해, 실패할 경우 사람들은 자기 존재에 대한 위협감을 느끼며 이로 인해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놓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타인의 실패는 자기에 대한 위협감을 주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실패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배움을 얻고 성공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실패’가 왜 자아에 대한 위협 사건이 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칭하면서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실상은 실패 경험을 하는 사람에게 '실패자'라는 낙오를 찍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개인이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을 때는 그 실패가 자기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때뿐입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mind


   <참고문헌>  

Eskreis-Winkler, L., & Fishbach, A. (2019). Not Learning From Failure—the Greatest Failure of All. Psychological science, 30(12), 1733-1744.

Bless, H., & Fiedler, K. (2006). Mood and the regulation of information processing and behavior. In J. P. Forgas (Ed.), Affect in social thinking and behavior (pp. 65–84). New York, NY: Psychology Press.

Soman, D., & Cheema, A. (2004). When goals are counterproductive: The effects of violation of a behavioral goal on subsequent performanc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1, 52–62.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 사회 및 문화 심리 박사 수료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존재하며,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 변화와 실천에 관해 관심이 있다. 중앙대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인성교육협회 심리학 전문 교수로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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