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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pr 14. 2020

진짜 인성 좋은 사람

장민희 한국인성교육협회 책임연구원

장민희 한국인성교육협회 책임연구원
많은 이들이 현대 사회문제를 지적하면서, 요즘 사람들에게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인성은 어떠한가요? 인성의 문제가 항상 타인의 문제이기만 할까요?


인성이 좋다는 것?


인성교육에 몸 담고 있는 필자는 가끔 화가 나는 상황에서 우스갯소리로 동료들에게 “어디 가서 절대 우리 회사 이름을 말하지 마.”라고 얘기한다. 한 번은 근무하던 중 점심식사 배달을 주문했는데 오매불망 기다리던 밥이 한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참다못해 확인한 결과, 그 식당은 우리의 주문을 접수만 하고 음식은 만들지를 않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던 때 우리는 밀려오는 배고픔에 슬퍼하고, 주인의 무책임한 반응에 분노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 분노를 표현하려던 순간 나는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이유는 음식점 주인은 신경도 쓰지 않을 주문 목록 속 우리의 기관명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즉, 작가는 맞춤법을 틀리지 않고, 심리학자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며, 의사는 몸에 나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처럼, 인성교육을 담당하니까 인성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화도 내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할 것 같았다.


그럼 ‘인성이 좋다’는 고정관념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여러 댓글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은 흔히 그러한 문제의 원인을 ‘인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여러 사회 이슈들이 인성의 문제라는 점에 대해 필자 역시 동의를 한다. 또한 우리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타인을 착취하거나 무책임한 사람들을 보면 속된 말로 인성이 안 되어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성이라는 것이 이처럼 사회적인 요구나 기대에 부응하는 즉, 타인 지향적인 도덕적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한 사마리아인이,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죽을 지경에 놓인 유대인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전해진다. 앞서 유대인 성직자와 레위족 유대인 남자가 지나갔지만 그를 외면했다

인성, 곧 행복의 문제


우리는 흔히 인성의 문제를 사회의 유지를 위해 개인이 함양해야 할 자질이나 특성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인성은 본질적으로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 반드시 함양해야 할 덕목이다. 즉 스스로의 삶에 대한 주인의식, 자신에 대한 수용, 그리고 그 속에서 타인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성숙이고 인성이다. 심리적 안녕감(psychological-wellbeing)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에 뿌리를 둔 Ryff(2018)의 관점만 보더라도, 인성이 우리의 행복에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이 관점은 삶을 통해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발달해 가는 것,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크게 6개의 차원으로 이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데, 자율성, 개인적 성장, 자기 수용, 삶의 목적의식, 환경에 대한 통제감, 긍정적인 관계가 그것이다.


먼저, 자율성은 타인의 인정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내적인 기준에 따라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서, 일상을 지배하는 관습 혹은 규범으로부터 억압이 아닌 자유로움을 얻는 것이다. 이는 자기 결정권, 자기 조절 능력과 같이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긍정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핵심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개인적 성장이란 스스로의 잠재력을 성취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진짜 자기의 모습을 깨닫고 온전한 자기를 실현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자기 수용은 자신의 과거를 포함하여 그림자와 같이 어두운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 수용은 개인의 강점뿐만 아니라 약점까지도 인지하고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존감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네 번째, 삶의 목적의식은 자신의 삶에서의 방향성을 인지하고, 삶에 대한 전반적이고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역경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


다섯 번째, 환경에 대한 통제감은 자신의 심리적 욕구에 적절한 환경을 선택하거나 만들 수 있는 능력으로, 자신 내부 세계와 외부세계 간의 적합성을 고려함으로써 복잡한 환경을 조절하고 통제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인과의 긍정적인 관계는 깊은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능력, 타인과 친밀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성숙한 사람의 대표적인 특성이자 정신건강에 매우 핵심적인 요인이다.


인성 좋아서 남 줄까


필자는 교육현장에 있으면서 ‘저 사람들은 인성교육이 필요해요’라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 봤어도, ‘저는 인성교육이 필요해요’라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언제나 인성은 나의 문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평가하는 잣대로만 쓰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을 비롯해 앞서 소개한 Ryff 등에 따르면 인성은 나 스스로의 성숙,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누리는 진정한 행복과 관련이 있다.


즉, 인성은 당위적이고 도덕적인 규범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온전한 모습을 향해 스스로를 다듬어 가는 것, 이를 통해 심리적 안녕감과 행복을 마음껏 누리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자신 스스로의 인성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이러한 긍정적인 자질들을 함양할 때, 바람직한 친사회적 행동도 가능해진다. 인성은 ‘나’에서부터 시작해서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 궁극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풍요롭게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mind


<참고문헌>  

Ryff, C. D. (2018). Eudaimonic well-being: Highlights from 25 years of inquiry. In K. Shigemasu, S. Kuwano, T. Sato & T. Matsuzawa (Eds.), Diversity in Harmony - Insights from Psychology: Proceedings of the 31st International Congress of Psychology (pp. 375-395). New York, NY: John Wiley & Sons Ltd.

장민희 한국인성교육협회 책임연구원 | 사회 및 문화 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 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심리학을 통해 한국 인성교육의 뿌리를 세우고, 전 국민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데 근간이 되는 인성의 발달 연구 및 교육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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